비디오커머스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 남대광 대표

"나는 철저한 길바닥 출신"
젊은 친구가 갑자기 성공?
중학생 때 용산서 CD 팔고 스무살 때 동대문서 목도리 팔아
장사만 15년…도매바닥 꿰고 있죠

일상의 불편함에 집중
통째로 세탁 가능한 마약베개…뻗치는 머리 눌러주는 다운펌 개발
"우리 목표는 소비자들이 제품 사게끔 설득하는 것"

콘텐츠에 커머스 융합
불편함에 착안해 제품 만들고 재치있는 동영상으로 홍보
전세금 대출 등 복지도 최고…소프트뱅크 등서 400억원 유치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가 서울 역삼동 사옥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 1280억원을 기록했다. /블랭크코퍼레이션 제공

“저는 길바닥 출신이에요. 중학생 때는 서울 용산에서 CD를 팔았고, 스무 살이 돼선 동대문 거리에서 목도리와 비니 장사를 했습니다.” 설립 3년 만에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비디오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 남대광 대표(34)는 자신을 ‘길바닥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길바닥에서 익힌 감각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해줬다. 이 회사가 개발한 악어발팩(발 각질 제거제)은 190만 개, 마약베개는 100만 개가 팔렸다. 단순히 팔지 않았다. 동영상을 제작해 제품을 부각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콘텐츠와 커머스를 연결시켜 소비 본능을 자극했다. 남 대표는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앞집(서울 삼성동)을 현금 62억원을 주고 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비디오 커머스 기업

블랭크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비디오커머스 기업으로 꼽힌다.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액만 400억원 정도 된다. 비디오커머스란 상품과 홍보영상을 함께 유통하는 업체를 말한다.

남 대표는 어떻게 빨리 성장했느냐고 묻자 “일상에서 겪는 불편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일상의 불편에 착안해 가성비 높은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홍보영상으로 만들어 마케팅했다는 설명이다.

초기 제품인 ‘블랙몬스터 다운펌(남성용 간편 파마 약)’은 남자들의 말 못 할 불편에 초점을 맞췄다. 아침마다 뻗치는 옆머리를 눌러주는 제품이다. 홍보영상 내용은 이렇다. 평소 짝사랑하던 과 후배에게 고백했다 차인 뒤 주인공은 뻗친 옆머리를 정리하고 비비크림을 바르는 등 ‘그루밍’(몸치장)을 시작한다. 화장을 하고 학교에 가기로 결심도 했다. 전날밤 그는 잠을 설쳤다. “남자가 무슨 화장을 하냐”는 등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 화장을 하고 나가자 자신을 찼던 후배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걸로 영상은 끝난다. 이 제품은 30만 개가 팔렸다. 그루밍을 처음 시작하는 남자들이 겪는 심리적인 거리낌을 해소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남 대표는 “우리는 경쟁업체와 싸우려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설득하는 데만 집중한다”고 했다. 경쟁업체를 의식했다면 100만 개가 넘게 팔린 마약베개는 나오지 않았을 상품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미 누구나 한 개씩은 갖고 있는 베개를 또 사게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다. 그 결과 베개피와 속을 분리하지 않고 통째로 물세탁할 수 있어 위생적이면서도 편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를 설득했다”고 했다.

전 직원에 월 200만원 적금 지원

남 대표는 “어린 나이에 갑자기 성공한 줄로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실은 장사만 15년째”라고 했다. 남성 온라인 의류쇼핑몰을 하다 망하기도 했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 플랫폼 사업도 해봤다.

비디오 큐레이팅 서비스 회사 ‘몬캐스트’를 설립해 디지털방송 회사 메이크어스에 매각하기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 한 가지 의문을 풀지 못했다. 그는 “장사를 하다보니 사장만 해봤다. 그래서 직원들이 왜 나처럼 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 의문은 메이크어스에 회사를 매각한 뒤 사장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일하면서 풀렸다. 그는 “근로자들은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회사가 주는 사소한 무언가에 좋아하기도 하고 아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의 복지만큼은 최고로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블랭크코퍼레이션 본사에는 편의점 수준의 탕비실을 갖췄다. 회사에서는 ‘비마켓(B-Market)’이라고 부른다. 즉석요리부터 시작해 라면 아이스크림 등 모든 게 공짜다.

직원들에겐 최장 2년간 매월 200만원씩 적금을 넣을 수 있도록 지원도 해준다. 연봉 외 별도로 남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준다. 주거비용이 필요한 직원에게는 최대 1억원 한도로 보증금도 빌려준다. 그 결과 취업 통계 사이트 잡플래닛에서 블랭크코퍼레이션을 검색하면 전체 평점은 3.9점, 복지 및 급여 항목은 4.0점을 받았다. 삼성전자 전체 평점(3.6점)보다 높다.

이런 복지제도에 대해 그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좋은 인재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게 회사라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고 했다.

실패에서 배우는 ‘실버벨’

남 대표는 도전과 과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블랭크 사무실에는 ‘실버벨’이 걸려 있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과정 중 배울 만한 점을 느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울리는 종이다. 종이 울리면 실패에서 배운 점을 공유하는 간담회가 열린다. 남 대표는 “아무리 좋은 스윙을 갖춘 타자라도 병살타를 친다”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블랭크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남 대표는 블랭크 창업 전까지 인기 동영상을 모아 추천해주는 사업을 했다. 남 대표는 “블랭크를 운영하며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 채널과 시너지를 낸 노하우도 활용할 방침”이라며 “한류 및 비디오커머스 시장에서 연예인, 인플루언서와 결합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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