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는 그동안 여성들이 호감을 느낀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인식돼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일본에선 ‘밸런타인데이’를 남성이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답답함을 느껴왔던 일본 화훼업계가 ‘밸런타인데이’를 새로운 돌파구로 찾은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일본에서도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이벤트 날로 여겨졌던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이미지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꽃을 주는 ‘꽃 밸런타인데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꽃 밸런타인데이’가 부각된 데에는 일본 화훼업계의 노력이 적지 않았습니다. 관련 업계단체인 ‘꽃의 나라 일본협의회’가 9년 전부터 꽃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시책의 하나로 밸런타인데이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밸런타인데이’에 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입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밸런타인데이에 꽃을 선물한다는 인식이 높아졌고, 꽃 판매점의 매출 증대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의 대형 꽃 판매업체인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의 꽃 판매 매출은 2011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각종 판촉과 홍보 활동을 더 대대적으로 시행한 만큼, 판매량이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꽃의 나라 일본협의회’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에서 부케 만들기 이벤트를 열었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밸런타인데이에 꽃을 선물하기 홍보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밸런타인데이’에 주로 꽃을 사는 고객은 30~40대 남성으로 주로 장미 같은 붉은색 계통의 꽃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꽃 소비액은 감소 추세입니다. 1990년대 후반 전성기에 비해 2017년에는 판매액이 30%가량 감소했습니다. 특히 꽃 소비가 어버이날과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까닭에 2월은 꽃소비가 위축되는 달로 꼽혀왔습니다.

일본 화훼업계가 ‘밸런타인데이’에 꽃을 선물하자는 운동을 벌인지 약 10년만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론 남성이 선물을 받는 날은 줄어들고, 선물을 주는 날은 늘어나는 것만 같아 아쉬운 마음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 화훼업계의 노력이 침체상태에 빠진 꽃 관련 산업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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