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 중소기업에서 HR(인적자원) 업무를 맡고 있는 김유미(가명)씨는 최근 회사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전 직원에게 무료로 대장암 예방 교육을 해주겠다는 A씨의 전화 때문이었다. 김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무교육이라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장암 검진 키트도 무료로 준다고 했다. 다음 날 A씨는 김 씨의 회사에서 "산업은행이 후원하는 캠페인"이라며 10여 분간 강의를 진행했다. 이후에는 암 보험 상품을 소개했다. 당황한 김 씨의 항의에 A씨는 "좋은 캠페인을 소개하기 위해 민간기업에서 나왔다"고 답변했다.

최근 산업은행,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사칭한 보험판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사칭한 보험판매 피해사례가 인터넷 커뮤니티,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보험판매 업체는 국민건강보건센터, 국민의료복지센터, 건강보험지역공단 등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유사한 상호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들은 서울, 천안, 울산 등 전국 각지의 기업체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대장암 예방 교육을 소개했다. 김 씨의 사례와 같이 건보공단의 '의무교육'이라며 참여를 강요받은 피해자들도 있었다.

한 업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장암 예방 교육 캠페인은 산업은행이 모든 비용을 후원하고 있다"며 "기업체에 무료로 제공하는 대장암 진단 키트 또한 산업은행이 후원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장암 예방 교육과 관련된 어떠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대장암 키트를 후원하거나 무료로 보급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 업체의 홈페이지도 소비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홈페이지 도메인(주소)이 or.kr로 끝나는 탓에 공공기관으로 오해할 공산이 크다. or.kr은 비영리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한 도메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30일 유예기간을 준 후 말소시키고 있다.

보험영업을 위해 임시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폐쇄하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네티즌(mis***)은 "전화상으로 회사 이름을 뭉개지듯 발음해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회사 이름과 도메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비슷했다"며 "약 3주 후 다시 접속해 보니 홈페이지는 닫혀 있었고, 사업자 등록 상태 또한 폐업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무료 교육 후에 보험을 판매하는 브리핑 영업은 보험 판매 과정에서 불법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다수의 소비자를 한번에 모집해 단시간 내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을 맺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이 과정에서 보험 판매인이 고객을 대신해 자필서명을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설명 불충분, 자필서명 대필 등은 위법행위에 해당돼 보험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며 "보험 계약을 취소하려면 보험판매원, 대리점에 연락하는 것보다 보험사에 직접 연락하는 것이 좋다. 보험사랑 원활하게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금감원에 연락하면 소비자 피해 구제가 더 빠르다"고 안내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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