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경기 용인시에 들어선다는 소식이다(한경 2월 14일자 A1, 3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수만 명에 이르는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론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건 정부가 ‘균형발전’이란 정치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수도권 규제를 풀어서라도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경제논리에 힘을 실어준 점이다.

수도권 규제는 ‘덩어리 규제’ ‘암반 규제’ 등에 비유될 만큼 풀기 어려웠다. 역대 정권마다 비수도권 반발과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에 막혀 손대기 꺼렸던 탓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 운영 5개년계획 등에서 보듯이 ‘균형발전’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금기시해 왔다. 그런 정부가 경제 현실을 받아들여 입장을 선회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생산·투자·고용·분배 등 경제지표가 줄줄이 고꾸라지는 가운데 올 들어서는 반도체 업황까지 꺾이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수도권 규제완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6년 수도권 규제를 풀어 경기 파주에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세우도록 한 것에 비견될 만하다. LG디스플레이 공장에 이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가 고무적인 이유는, 정치 논리에서 조금만 비켜서면 수도권 규제를 해결할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치논리 때문에 풀지 못하는 규제는 수도권 규제만이 아니다. 흔히 이해관계자 충돌 때문에 규제 개혁이 안 된다고 말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정치논리에 막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차공유 서비스, 원격의료, 투자개방형 병원, 개인정보 보호 등의 규제가 다 그렇다. 정부 여당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례처럼 정치 논리보다 산업에 방점이 찍힌다면 다른 규제개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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