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성과내는 SK바이오팜
美 이어 유럽 진출 발판 마련…26년 신약개발 '결실'

스위스社서 선계약금 1억弗 받아
중추신경계 치료제론 최대규모…이르면 2021년 유럽서 판매될 듯

美FDA도 심사 돌입
11월께 판매여부 최종 결정…매출1조 '블록버스터 약물' 기대

매출 없어도 26년 '한우물'
수면장애 신약도 FDA 심사 중…올해부터 본격 매출 나올 듯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제공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6000억원 규모의 유럽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선진 제약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26년간 투자해온 SK의 신약 개발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 자회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계약금액은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로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이뤄진 중추신경계 기술수출 중 최대 규모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32개국서 판매

SK바이오팜은 이번 계약을 통해 반환조건이 없는 선(先)계약금 1억달러를 받았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3상이 끝난 상태여서 후보물질 단계에서 이뤄지는 기술수출과 달리 계약금 비중이 높다. SK바이오팜은 유럽에서 시판 허가가 나면 계약금 총액 중 나머지 금액(4억3000만달러)을 받고, 판매가 시작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된다. 또 아벨의 신주 인수권도 확보했다. 주당 1달러로 신주의 상당량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판매로 아벨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추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아벨은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판매를 위해 미국 노바퀘스트캐피털매니지먼트와 유럽 LSP 등 헬스케어 분야 유력 투자사들이 합작, 설립한 신생 회사다. 일본 오츠카제약 미국 법인에서 정신분열증 치료제 ‘아빌리파이’의 상업화를 담당했던 마크 알트마이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아벨은 첫 번째 상업화 프로젝트인 세노바메이트에 전문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연내 유럽의약청(EMA)에 신약 판매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유럽인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 자료를 토대로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에서 별도 임상을 하지 않고 신약 허가 심사에 들어갈 경우 이르면 2021년 말 유럽 허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아벨은 세노바메이트가 허가를 받으면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32개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 미국 등 글로벌 출시

이번 기술수출은 지역별 특성에 최적화한 SK바이오팜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는 임상 전 과정부터 NDA까지 신약 독자 개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반면 유럽은 개별 국가의 시장 특성을 고려해 현지에 거점을 둔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NDA를 제출했고 최근 심사가 시작됐다. 올해 11월 세노바메이트의 시판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판 허가 시 SK바이오팜은 2020년 미국 내 판매를 시작으로 유럽을 거쳐 한·중·일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세노바메이트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가 미국에 출시되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난치성 환자 대상 약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62억달러(약 6조8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의 시장 규모는 9억달러(약 1조원)로 2021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SK는 세노바메이트뿐만 아니라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도 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1993년 신약 개발을 시작한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SK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제약업계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신약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최태원 SK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이번 계약은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가치를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며 “아벨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유럽 시장에 가능한 한 빨리 출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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