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이어 이제는 K좀비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공개된 한국한 좀비 드라마 '킹덤'이 해외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K좀비'라는 말이 탄생했다.

해외 네티즌들은 중국, 일본과는 다른 한국 특유의 복식과 멋드러진 갓을 입고 활동하는 독특한 '킹덤' 속 좀비들에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

좀비 불모지 한국에 처음 등장한 좀비는 바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2016년)을 통해서였다.

'부산행'은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좀비에 맞서는 인간의 사투를 그려내며 천만 관객을 모았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만들 때만 해도 좀비가 대중적인 소재가 아니어서 걱정이 있었다"라면서 "거부감이 들까 봐 좀비 대신 '감염자'라는 말로 홍보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와 영화 '월드워Z' '웜바디스' 등을 통해 조금씩 대중과 접점을 넓혀왔다.

한국영화에도 간간이 등장하긴 했다. 2012년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첫 번째 에피소드 '멋진 신세계'와 '무서운 이야기' 속 네 번째 에피소드 '앰뷸런스' 편에서도 좀비가 나온다. 2016년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도 맛보기로 잠시 등장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좀비들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사극,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한 좀비물이 나오면서 '좀비 붐'을 예상하게 한다.

지난해에는 '공조'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좀비와 사극을 결합한 '창궐'을 선보였다.

'창궐'은 조선에 좀비가 창궐한 후 이를 척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좀비라는 말 대신 '야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고, 국정농단과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대사와 장면을 삽입했지만 흥행은 실패했다.

'킹덤'은 '창궐'과 유사한 지점이 많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가 된 임금과 역병에 맞서 싸우는 세자 이야기의 얼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김은희 작가는 "'창궐'이 기획 된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었다.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창궐'과의 차이점에 대해 김 작가는 "영화가 ‘액션’ 위주였다면 저희는 캐릭터들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킹덤'은 해외에서 익숙하게 사랑받아왔던 좀비물을 조선왕조의 권력싸움이라는 시대 배경에 녹여냈다. 배고픔에 굶주려 잘못된 선택을 한 민초들이 괴물로 변해버린 뒤 긴장감 넘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장르적 쾌감과 풍성한 볼거리가 더해져 관객들은 전에 없는 긴장과 스릴을 경험하게 된다.

해외 평단에서도 "연출과 각본이 모두 환상적이다", "좀비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시즌2도 조만간 촬영에 들어간다. 인기 좀비 웹툰 '드림사이드'도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기묘한 가족'은 좀비물의 새로운 시도다. 이 영화는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 장르를 표방한다.

'기묘한 가족' 속 좀비는 조금 다르다. 충청도 시골 마을에 등장한 좀비 쫑비(정가람 분)는 무섭고 피해야할 존재가 아니라 회춘의 아이콘이다. 좀비에게 물리고 젊어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으며 돈벌이를 하려는 개성 강한 가족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기묘한 가족'

새로운 좀비 영화들도 속속 기획 중이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속편 '반도'를 준비 중이다. '부산행'이 좀비 바이러스 발생 초기를 배경으로 했다면, '반도'는 서울 인근 도시를 무대로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한참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주연으로는 강동원이 낙점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여의도'를 기획 중이다.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이 창궐해 폐쇄된 여의도에 은행을 털러 잠입한 일당들 이야기를 그린 재난 액션이다. 지난해 롯데크리에이티브 공모전에서 대상(우인범 작가)을 받은 시나리오다.

'오싹한 연애'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의 '하프', 김찬년 감독의 '블랙아웃' 등 현재 기획 중인 작품들도 좀비를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계 관계자는 "공포영화를 즐기는 10~20대 젊은 층들은 이런 좀비 캐릭터를 재미있고, 신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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