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처에 건의하면 차일피일
대통령 앞에서 목소리 높이자
광속 답신…공무원 왜 있는지

박재원 정치부 기자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니 그제서야 부처가 움직이네요. 이럴 거면 담당 공무원들은 뭐하러 있는 건가요.”

최근 청와대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기업인들이 전한 얘기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기민하게 움직이는 해당 부처의 모습에 겉으론 “환영한다”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 앞에서 “해운업은 현재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과 같이 어렵다”고 토로했던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초스피드 답신’에 다소 놀랐다고 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 회장은 김 장관에게서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답장을 드리고자 한다”며 “(건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예상외의 편지를 받아 든 그는 일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각 부처가 일을 핑퐁쳐오던(미뤄오던) 게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하니 한방에 해결되고 있지 않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우 회장은 지난달 문 대통령 앞에서 직접 손을 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해운사는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신규 선박을 발주하려 해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 회장은 “재무구조만 개선되면 수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지만 국내에선 부채비율이 조금만 높아도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도 간담회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벤처업계의 불만을 전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기부로부터 후속 조치에 대한 연락을 받았다. 고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정부 출범 후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관련 예산과 지원 기업 숫자가 되레 줄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나서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팁스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기업은 지난해 256개에서 올해 250개로 줄었다.

중기부는 곧바로 적극 개선하겠다고 했다. 고 회장은 “중기부가 답을 보낸 것을 보면 추경을 통해 해당 예산을 늘려 지원 기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이전에 정부가 벤처를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당연히 300개, 350개로 늘었어야 할 지원 기업 숫자가 줄어든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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