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금융사들과 전문가들은 “올해 신흥시장 수익률이 미국보다 나을 것”이라고 전망해왔습니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신흥시장은 지난해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과매도되었다는 해석이었습니다.

최근 만난 사모펀드 제너럴애틀랜틱의 빌 포드 CEO는 “미국 주식보다 신흥시장 전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달러 강세 등으로 과매도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최근 Fed의 긴축 중단으로 더 유리해졌습니다. 주가와 환율 등 시장지표들이 일부 회복하긴 했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생각보다 더 괜찮습니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 중국 등 중심 국가들은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중단하고 있어 신흥시장은 올해 터닝포인트를 맞을 수 있다. 특히 주식 밸류에이션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매력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EPFR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주식 펀드에 266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선진국 주식 펀드에서는 982억 달러를 찾아갔습니다.

이에 따라 신흥 시장 통화와 증시는 상당폭 올랐습니다. 모건스탠리의 MSCI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올들어 지난 8일까지 2.1% 상승했습니다. 지난 1월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도 4조335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갑작스레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Fed의 긴축 중단으로 약세를 보여야할 미 달러화가 예상외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운드 엔 등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계산해 산출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1일(현지시간) 0.42% 상승한 97.05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30일 95.34를 기록한 뒤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79%나 급등했습니다. 지난 한 주 상승폭 1.1%는 작년 8월 이후 최고 상승률입니다.

지난달 30일 Fed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적 점진적 금리 인상’이란 문구를 삭제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입니다. 통화는 통상 그 나라 금리가 오를수록 강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지난주 강세를 이어간 건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탓으로 해석됩니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죠.

지난 7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췄습니다. 작년 11월 전망치 1.9%보다 0.6%포인트 낮춘 겁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같은 날 올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2%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중국도 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이 취소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미국입니다. 1월 신규고용자 수가 30만 명 넘게 증가해 경기가 여전히 확장세임을 확인해줬습니다.

다만 달러 강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Fed가 완화적인 가운데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려면 미국 경제가 계속 다른 나라보다 나은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에 반짝 회복한 뒤 하반기엔 점점 더 하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미국이 올해 1%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신흥시장 강세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도 크게 힘입은 만큼,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신흥시장 통화가치는 급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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