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백지윤 블래쉬투자자문 회장


여의도에서 주식으로 돈 잘 벌기로 손 꼽히는 백지윤 블래쉬투자자문 회장(45·사진)은 과거에 주식 때문에 두 차례 전 재산을 날렸다. 대학 시절 용돈을 모아 5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을 때 1억원 넘게 돈을 벌었지만 곧 원금까지 포함해 모두 잃었다. 10여년 전에는 증권사에서 일하면서 번 돈을 주식으로 28억원 가까이 불렸지만 또 다 까먹었다.

두 번째 투자 실패 후 백 회장에게 남은 돈은 30만원이었다. 월급 등 동원할 수 있는 돈을 싹싹 끌어모은 것이 3000만원. 그는 이 돈을 11년 만에 수백억원대로 불렸다. 지난해 초에는 원자현미경 업체 파크시스템스(37,200 +0.54%) 지분을 5% 이상 취득하면서 '슈퍼개미'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백 회장이 보유한 파크시스템스 지분은 52만여주(7.9%). 현재 주가 기준 평가액만 190억원대다. 이외에도 대림산업(97,300 -0.71%) 한화케미칼(21,800 +0.69%) JB금융지주(6,100 -1.29%) 등 20종목 정도를 가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블래쉬투자자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투자비법을 물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몰빵하면 언젠간 쪽박"

백 회장은 과거 버블을 타고 투자 수익을 올렸다. 1억원을 벌었던 2000년 대학 시절에는 닷컴 버블이 불면서 코스닥시장이 크게 뛰었다. 28억원을 수중에 쥐었던 2007년에는 부동산 버블에 증시도 활황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이 정점을 찍었을 때 위기는 찾아왔다. "돈을 크게 벌 때 꼭 사고를 치게 되더군요. 주가가 뛰고 수익을 올리는 것에 익숙해지니 기업에 대한 충분한 공부 없이 주식을 사들이게 됐습니다. 주구장창 계속 오를 수는 없는 게 주식 시장인데 이를 간과한 채 자산을 전부 '몰빵'해 투자했죠."

버블은 금새 꺼졌다. 2000년 초에는 닷컴 버블 붕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백 회장이 보유한 주식도 곤두박질쳤고 자산은 바닥났다. 특히 두 번째 실패가 입힌 타격이 컸다. 당시 백 회장은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에서 일하며 매달 급여에서 기본 생활비를 제외한 전액을 주식에 투자했다. 이 때문에 투자 실패로 그는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됐다. 그럼에도 백 회장은 '크게 실패한 경험'에서 투자법을 배웠다고 했다.

"주식 투자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상당 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몰빵 투자를 하면 언젠가는 쪽박을 찹니다. 과감히 베팅을 하더라도 최악의 시기가 와 돈을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의 자산은 남겨둬야 합니다. 그래야 지수가 반등하고 투자 기회가 왔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익이 증가하는 저평가주·배당주 관심

여러차례 실패를 맛보면서 백 회장은 제대로 주식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주가가 왜 오르고 내리는 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했다.

"손해를 보니 기초부터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한 지 몇 년 만에 수급과 차트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주가는 결국 기업의 가치를 따라가는 것이더군요. 시장이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는 일시적입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분위기나 방향성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맞춰집니다. 따라서 만약 회사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그대로지만 외부변수로 인해 센티멘털(심리적 요인)이 나빠져 주가가 많이 빠진다면 이는 주식을 살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보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투자 방법은 시장이 급락했을때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것이다. 분기 실적 발표 후 이익이 갑자기 증가하는 종목을 위주로 찾아보라는 조언이다.

3% 이상 배당을 주는 기업도 눈여겨보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이 1% 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축을 하는 것보다 낫다. 또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기업은 대체로 장기적인 성장성이 있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대주주나 경영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게 보게 됐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대주주가 어떤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등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주식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 자체는 매우 우량하고 괜찮죠. 그런데 조양호 회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돕기 위해 대한항공이 보유한 S-Oil 지분 28.4%를 매각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한항공이 현재까지 S-Oil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지분가치만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을 넘을 겁니다.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적인 안목이 기업의 성장성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은 계기입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주식이 도박이라고? 천만에!"

기업 분석에 시간을 들이니 성과가 달랐다. 손실을 내는 종목이 크게 줄고 수익의 변동폭이 줄었다. 공부하고 노력하면 주식으로도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백 회장은 2014년 10여년간 재직했던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전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여의도에 작은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증권맨과 전업투자자로 오랫동안 주식시장에서 쌓아온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백 회장이 세운 블래쉬투자자문은 기본 운용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성과보수만 받는다. 고객이 수익을 내야 보수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미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을 만큼 돈은 벌었죠. 하지만 아직 제가 주식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남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대박'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과부 마음은 과부가 안다고 했던가. 백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거듭 강조하며 개인투자자들에게 "꼭 주가와 기업에 대해 공부를 한 후 주식 투자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주식 투자는 도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기위해 주식을 한다면 그건 도박이며 투기입니다. 투자는 많은 정보와 지식,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 동안 약 7~8년을 공부합니다. 또 입사를 하고 나면 하루에 최소 8시간은 일해야하죠. 이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몇백만원의 월급을 받습니다. 몇백만원을 벌기위해 이렇게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는 왜 노력을 쏟지 않을까요. 주식 투자는 도박이 아닙니다. 평소 일하는 만큼이라도 시간을 들여 공부해보세요. 제대로 했다면 월급보다 더 크게 돈을 벌 수도 있을 겁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사진·영상=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