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들이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활용해 주주에게 주주총회 참석을 요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017년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대안 없이 폐지된 뒤 상장사들이 올해도 주주총회 의결정족수(발행 주식 총수의 25%)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지금까지 상장사는 개인정보보호제도로 인해 주주 이름과 주소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개별 주주들의 주총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직원들이 일일이 주주들을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회사 전체가 본업 마비상태에 빠지고도 주총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낭패를 겪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보완조치를 내놓은 배경이다.

하지만 기업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섀도보팅이 폐지될 때부터 ‘주총대란’이 예고됐음에도 정부가 지금껏 수수방관한 것도 그렇거니와, 정부 개정안도 2월 국회가 표류하면 올해 주총에선 적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주총대란’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유가증권 상장사는 약 6개월, 코스닥은 3개월에 불과하다. 주식 보유기간이 짧은 대다수 주주의 관심은 단기 투자수익 극대화일 뿐, 의결권 행사가 아니다.

개인주주들은 회사의 경영실적이나 배당성향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내다파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경영이 마음에 들면 해당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경영진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방식으로 ‘주주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굳이 주총에 참석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전화나 이메일로 주총 참여를 독려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주총대란’을 막을 근본 해법은 의결정족수 규제를 푸는 것이다. 미국 독일 중국 호주 등은 참석한 주주 수와 관계없이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영국은 두 명 이상만 참석하면 된다. 한국 상장기업들만 주총에 관심없는 투자자들을 읍소까지 해가며 불러내야 할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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