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 역전세난·깡통전세 공포

부동산 규제·입주물량 증가 여파…전국 전셋값 2년전보다 내려
거제 34%·울산 13% 급락

작년 44만·올해 38만가구 입주…3기 신도시 물량까지 예고

보증금 못돌려받은 세입자들, 경매 신청 사례 작년 42% 급증

대출금·전셋값 합친 금액보다 집값이 낮은 '깡통전세'도 우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대규모 입주물량으로 전국의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소. /연합뉴스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택 거래 위축과 입주물량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전셋값이 계약 시점인 2년 전보다 낮은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지방은 물론 서울도 강남권 4개 구 등지에서 2년 전보다 낮거나 비슷해진 곳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2년 만기가 끝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우려도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셋값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1) 역전세·깡통전세란

역전세란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새 임차인을 구할 때 기존 세입자에게 전셋값 차액을 돌려줘야 하는 것을 말한다. 깡통전세는 집값이 기존 전셋값 이하로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만약 선순위 대출금을 끼고 있는 주택이라면, 집값이 대출금과 전셋값을 합친 금액 이하로 내려갈 때 깡통주택이 된다. 공급물량이 많아 집값이 오르기 힘든 지역에서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갭(gap)투자자들이 깡통전세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2) 전셋값 얼마나 떨어졌나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말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은 2년 전인 2017년 1월 말보다 1.42% 하락했다. 주택 중에서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2.67%로 하락세가 컸다. 광역시에서는 울산의 전셋값이 -13.63%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시 단위로는 조선 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가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34.98%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도 ‘강남 4구’의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0.82% 떨어졌다. 서초구 전셋값이 2년 전 대비 3.86% 하락했고, 송파구도 2년 전보다 0.88% 내렸다. 강남권은 최근 재건축 이주 단지 감소와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물량 증가로 전셋값이 약세다.

(3) 전셋값 왜 떨어지나

신규 입주물량 영향이 크다.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7년 38만 가구, 지난해 44만 가구에 이어 올해 38만 가구가 예정돼 있다. 수도권에서도 전셋값이 많이 떨어진 오산, 평택, 화성에선 지난해 3만4000가구가 입주했을 정도로 공급이 많았다. 입주물량 증가 외에도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아파트 임대 물량이 늘었다. 과거 갭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전세 물량도 겹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13만 가구다. 여기에 3기 신도시 물량까지 예고돼 있어 전세시장에 공급물량 증가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 갭투자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나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락하고 있는 지방과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 여러 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어 ‘흑자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여윳돈이 없는 갭투자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집값은 올랐지만 다주택자여서 양도소득세 중과가 되다 보니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수익이 거의 없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매각도 쉽지 않다.

(5) 경매 통해 전세금 돌려받을 수 있나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경매를 신청한 사례가 2017년 연간 308건에서 지난해 437건으로 41.9% 증가했다. 작년 11월에만 총 61건이 신청됐다. 낙찰가가 채권최고액보다 낮은 사례도 늘고 있다. 2017년 1159건에서 작년 1753건으로 51.3% 늘었다. 작년 12월에 2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 나갈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경매를 신청해 보증금을 돌려받겠다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6) 전세보증금 보험으로 지킬 수 있나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확실히 돌려받기 위해 반환보증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반환보증이란 전세계약이 끝났는데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우선 돌려주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이 대표적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기간 중 2분의 1이 지나기 전에 가입할 수 있고,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은 계약기간 2년 중 10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가입이 가능하다. 전세 계약이 끝난 지 한 달 안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보증기관에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보증기관은 이행청구 접수 한 달 안에 심사를 거쳐 전세보증금 전액을 지급한다. 이때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이 집주인을 대신해 지급한 전세보증금은 2015년 131억원에서 2017년 398억원, 지난해에는 1607억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7) 역전세난, 깡통전세 심각한 상황인가

최근 2~3년간의 집값 상승분을 감안할 때 최근 몇 달 집값이 소폭 내린 상황을 두고 깡통전세까지 언급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량이 몰린 곳에선 역전세난이 장기화할 수 있겠지만, 모든 지역으로 전세금 리스크가 퍼진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역적 특성, 개별 주택의 조건에 따라 리스크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진석/전형진/구민기 기자 iskr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