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대책 빠진 복지 청사진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고교 무상교육·기초수급자 확대·병원비 부담 3분의 1로↓
年평균 66조 투입…국민연금 재정소요 빠져 '눈덩이' 우려
정부 "증세는 무리"라며 나몰라라…미래세대 부담만 가중

정부는 1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포용적 복지’를 내세워 올해부터 5년간 총 332조원가량을 순수 사회보장성 복지에 쏟아붓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고용·교육·소득·건강 등의 분야에서 삶의 질을 세계 10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용보험 혜택 대상을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인 1500만 명으로 확대하고, 병원비 부담을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낮추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복지 청사진에 대해 반대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 계획에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책이 제시돼 있지 않다. 더구나 332조원은 사실상 최소한의 금액이다. 정부가 개편을 추진 중인 국민연금 재정 소요도 빠져 있다. 여기에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정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5년 뒤 실제 재정 소요는 계획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55兆, 5년 뒤엔 76兆

정부는 1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년)을 의결했다.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고용·교육, 건강보장 등 사회보장 분야에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 332조1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1차 계획(2014~2018년)과 비교하면 세부과제 수는 200여 개에서 90여 개로 줄었지만, 예산은 315조원에서 오히려 17조원가량 늘었다. 투입 재정은 올해 54조9000억원에서 매년 불어나 2023년엔 76조30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분야는 소득보장이다. 5년간 119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기초생활수급자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사회서비스 분야에는 5년간 105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서비스 투자 규모를 2015년 5.7%에서 2023년 7.4%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노인 장기요양수급률은 2017년 8%에서 2023년 10%로 높이고,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지난해 25%에서 2021년 40%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주요 과제다.

고용·교육 분야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확대(2018년 1343만 명→2023년 1500만 명) △2021년 고등학교 무상교육 전면 시행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여기에 드는 재정이 5년간 68조9000억원이다. 이를 통해 임금 중위값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2017년 22.3%에서 2023년 18%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건강보장 분야에는 5년간 38조1000억원이 소요된다.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에 대한 건보지원액을 늘리는 데 필요한 돈이다.

“청구서는 미래세대에”

정부는 332조원의 조달 방안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기존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기반 확충을 통해 우선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에서 ‘세목 신설 및 세율 인상 등을 통해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난해 대국민 조사에서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 추가 부담하겠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했다”며 “증세로 직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재원 대책에 대해 사실상 ‘나 몰라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한국 사회복지 지출이 GDP 대비 10.2%(2015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의 절반 수준이어서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10년간(2005~2015년) 한국의 복지 지출 증가율은 11%로, OECD 평균(5.3%)의 두 배에 이른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가만히 있어도 복지 지출이 OECD 평균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가 밝힌 332조원은 사실상 최소한의 금액이다. 올해만 해도 23조원가량이 들어가는 국민연금 지급액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정부가 개편을 추진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기존 복지사업이 더 확대되거나 새로운 사업이 추가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의 중기(2018~2022년) 재정운용계획상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1.6%에서 2022년 -2.9%로 나빠질 전망이다. 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의 마지막 연도인 2023년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결국 청구서는 미래세대에 날아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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