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롯데 '공유차 연합' 무산

"車산업 성패 공유차에 달렸다"
완성차업체들, M&A·지분투자 등 사업 재편·미래 먹거리 대비 나서

현대차, 택시업계 거센 반발에 카풀 이어 카셰어링 투자 포기
규제 등 피해 해외로 눈길 돌려
현대자동차와 롯데 간 차량 공유 서비스 분야 전략적 제휴는 공유차 시대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기사의 분신이 두 달 새 세 차례나 이어지면서 시동이 꺼졌다.

국내에선 럭시·그린카 투자 모두 불발

현대차그룹이 공유차 시장에 투자한 첫 사례는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 럭시였다. 2017년 50억원을 투입해 이 회사 지분 12.2%를 확보했다. 곧이어 “택시업계를 고사시키려 한다”는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정부도 카풀 서비스 제도 도입에 미온적이었다. 결국 현대차는 투자 6개월 만에 럭시 지분을 전량 카카오모빌리티에 넘겼다. 이번 그린카 투자 사업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해외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기반 차량공유 업체 그랩에 약 3100억원을 투자하며 협업을 강화했다. 그랩은 연내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코나EV’ 200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대전환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공유차 시장은 2017년 5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향후 매년 30%씩 불어나 2030년엔 14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20% 이상이 공유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유차 경제는 현재 4% 수준인 차량 가동률을 30%까지 높이고, 단위거리당 비용과 주차공간을 줄이는 등 획기적인 생활환경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유차 시장은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호출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차량 소유주가 목적지가 같은 탑승객과 동승해 이동하는 카풀 서비스, 공유차 회사가 소유한 차량을 개인이 대여해 운전하는 카셰어링 등으로 영역이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공유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성패는 공유차 시장에 달려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독일 다임러는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운송 수단 공급자’로 변신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카투고’를 설립한 데 이어 독일 택시호출 서비스 ‘마이택시’ 등을 인수했다. 다임러의 카투고와 BMW그룹의 드라이브나우는 최근 합병을 통해 공유차 분야에서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미국 포드사는 2015년 카셰어링 서비스 ‘고드라이브’를 출시한 데 이어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와 제휴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로 사업 재편을 준비 중이다. 일본 도요타도 지난해 그랩(10억달러)과 우버(5억달러)에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당할 것”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가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택시업계 등의 반발과 산업정책 부재로 국내에선 공유차 시대로 가는 길이 꽉 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포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동차를 공유하고 로봇이 운전하는 세상이 올 것이란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가 혁신하지 않으면 남에게 혁신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 배경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공유차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내 관련 사업은 각종 규제와 기득권 반발에 발이 묶여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업계가 우버의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점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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