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vs "공실 늘어 임대료 못 올릴 것"

올해 공시지가가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상가 시장이 더 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시지가 인상이 보유세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상인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12일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근린생활 건물이나 오피스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은 보유세를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게 되고 최근 경기침체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 이상혁 선임 연구원은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보유세가 늘어나면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며 "공시지가 인상도 상가 시장에는 악재"라고 진단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중대형상가의 연수익률은 4.19%로 전년(4.35%) 대비 0.16%포인트 하락했고, 소규모 상가의 연수익률은 3.73%로 전년(3.91%) 대비 0.18%포인트 떨어졌다.

주요 상권의 상인들 사이에는 이번 공시지가 인상이 임대료 인상 요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한 중개업소 사장은 "공시지가 오르면 보유세가 올라갈 테니 상가주인 입장에서는 임대료 인상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요새 경기위축으로 임대인이 섣불리 임대료를 올리기도 어렵고,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월세 부담이 늘어날까봐 다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포구 연남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상가 시장이 좋지 않은데 이 지역의 공시가격에 이어 공시지가도 많이 올라 떠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상권 위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권이 활성화된 인기 상업지역에서는 일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명동·강남 등 인기지역의 상가·건물 임대인이 보유세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해 상인들의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성동구는 지난달 표준지 공시지가 의견청취 기간에 성수동 일대 서울숲길과 상원길, 방송대길 등지의 표준지 35개에 대해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공시지가를 낮춰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곳에서는 장기적으로 임대료가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강남을 비롯해 명동, 성수동, 합정·연남동, 용산 등 상권이 번화한 곳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다"며 "임대료가 상승하면 임대료 감당이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공실이 많은 지역에서는 임대인이 당장 임대료를 올리기 어렵겠지만 기회를 엿보다가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임대료를 인상하려 할 것"이라며 "특히 새로 임대차계약을 맺는 상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단 최근 경기 침체로 빈 상가가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보유세 인상이 임대료 전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명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유세가 오르니 임대료를 올리고 싶겠지만 요즘 경기가 나빠서 임대료를 순순히 올려줄 세입자가 없다"며 "요즘 명동 일대 상점들이 장사가 잘 안돼 기존 상인들은 나가려고 고민 중이고 새로 들어오려는 상인은 별로 없어서 임대료 인상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요즘은 임대인들은 임차인이 나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임대료를 깎아주는 분위기"라며 "보유세가 늘어난다 해도 곧바로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임대료 인상이 연 5%로 제한되는데다 계약갱신청구권이 10년으로 늘어나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체의 99.6%에 달하는 일반토지는 이번에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만큼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 전가 등의 부작용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1월 입법예고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환산보증금을 서울 기준 6억1천만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상가 거래 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장은 "최근 잇단 공시가격·공시지가 상승과 종합부동산세 인상으로 지난해까지 좀처럼 나오지 않던 강남 요지에서도 꼬마빌딩 등 상가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수요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이번 공시지가 인상으로 특히 꼬마빌딩의 수익성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며 "최근 공실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상가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시지가 인상은 보상비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토지 보상비는 공시지가를 기본 바탕으로 주변 시세를 일부 보정한 금액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이번에 정부가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공시지가 인상폭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앞으로 지방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이 줄이을 예정이어서 토지 보상비가 부동산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게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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