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150社 넘게 주총 무산 우려
출석 주주 기준으로 결의케 하고
유례없는 '3% 룰'도 개선해야"

정우용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주들의 무관심으로 주주총회 결의가 어려운 기업 현실을 고려해 시행되던 소위 ‘섀도보팅제도’가 폐지된 후 두 번째 맞는 주주총회 시즌이어서다. 섀도보팅제도 폐지 당시 경제계는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주요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제도를 폐지했으니 혼란을 자초한 형국이다.

작년 이맘때 섀도보팅제도 폐지로 인한 관리종목지정이나 상장폐지 등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과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민간단체가 합동으로 특별지원반을 꾸렸다. 많은 기업이 전자투표를 실시했고, 주주총회일 분산, 주주들에 대한 문자메시지 발송, 언론 광고를 통한 대국민 캠페인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기업의 직원이 일손을 놓고 일일이 주주를 찾아다녔고, 그것도 여의치 않은 기업은 대행업체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74개사의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올봄엔 작년의 두 배 정도인 154개사의 주주총회가 무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에는 238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상장회사의 12.8%에 해당하는데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자본시장 현실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총회일자를 분산시켜 주주권 행사 기회를 보장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시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국민 캠페인과 경품행사에도 불구하고 전자투표 행사율은 3.9%에 불과했다. 소액주주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코스닥회사 주주들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은 3.1개월에 불과하다. 대다수 소액주주들의 주된 목적은 단기투자수익이며, 의결권 행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본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주주총회 결의 요건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 국가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출석한 주주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총회 결의의 대표성 확보보다는 대다수 투자자의 목적이 투자수익 추구에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주총회 결의의 대표성을 중시해 적어도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이 찬성해야 유효하다고 한다.

셋째, 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주주총회 안건은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이다. 그 이유는 대주주 지분의 3%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1963년 상법 제정 시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왜 이렇게 규정했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규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감독을 받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사건이 발생하자, 2000여 개 상장회사와 3만2000여 개 외부감사 대상 기업에 강제로 감사인을 지정하고, 표준감사시간제도를 서둘러 도입해 감사시간을 늘리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상장회사 중 12.8%에 해당하는 238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주총회 혼란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부는 연일 기업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 현장에서는 강화되는 규제를 체감하고 있을 뿐이다. 기업은 투자자, 채권자,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결합돼 있는 생물이다. 한 번 죽으면 되살릴 수 없다. 언제까지 기업을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올해도 상장회사들은 제품 생산과 영업을 통해 이익을 증가시켜야 할 직원들을 동원해 주주들을 찾아다니게 해야 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이제라도 정책 당국은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