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화웨이 포비아

"빅데이터 홍수서 인류 구원하자"
세계 11곳에 2만여 연구원 근무
자율주행·원격 로봇수술 등 연구

화웨이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자들이 중국 선전에 있는 ‘2012, 노아의 방주 연구소’ 연구실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노경목 특파원

중국 상하이에서 실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량이 화면에 들어왔다. 단순히 차량 자체만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교통시스템 센서와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공유해 사고와 교통정체에 대비했다. 일반적인 통신 인프라라면 데이터 전송속도의 한계로 불가능한 기술이다.

화웨이의 인공지능(AI) 연구원들은 “5세대(5G) 통신기술을 적용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5G 통신 인프라의 유용성을 실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AI와 빅데이터의 시대에 걸맞은 통신 인프라를 준비하는 화웨이의 비밀 연구조직 ‘2012, 노아의 방주 연구소(2012연구소)’에서 본 풍경이다.

2012연구소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세계 11곳에 2만 명에 이르는 연구원이 있는 대규모 조직이지만 외부에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다. 화웨이의 미래 전략을 다듬고 실용화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2012연구소의 선전 본부를 한국경제신문에 공개했다.

연구소의 정체성은 이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자연재해로 인류 문명이 종말에 이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를 2009년 관람한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이름을 정했다. 그는 “앞으로 데이터가 영화 속 홍수처럼 넘쳐날 것”이라며 “데이터 홍수에서 인류를 구원할 방주를 화웨이가 만들자”고 했다.

2012년 설립된 2012연구소는 AI 등과 관련한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한 해 1000여 편의 논문을 생산했다. 논문 대부분은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관련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논문에서 제시된 기술 중 유용한 것은 자체적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모색한다. 상하이에는 자율주행차, 항저우에는 스마트 시티 관련 테스트 베드를 구축해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실증 과정에서는 외부와의 협업이 필수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업체인 만큼 고객들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는 아우디, 스마트 공항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협력 대상을 확대하는 이유다.

기존 통신장비 업체들이 통신 업체의 필요에 따라 장비를 공급했다면, 2012연구소는 앞으로 필요로 할 기술을 미리 연구해 고객에게 제안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 AI가 전기 또는 인터넷처럼 보편화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때 통신 서비스 이용객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관련 기술을 앞서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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