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大 파행에 '5·18 모독' 발언 일파만파

위험수위 넘은 극우 주장 '쇼크'
민주·평화당 이어 바른미래당도 "한국당 의원 3명 강력 징계"
학계도 "시대착오적 주장" 비판

한국당, 4당 협공에 대응 고심
김병준 "여러 스펙트럼 있다"…여론 뭇매에 사태 진화 분주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일부 구성원의 극우적 발언이 당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오는 27일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며 모처럼 훈풍이 불었던 한국당은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국회 안에서도 대여 투쟁의 맏형 노릇을 해오며 ‘제1 야당’의 권위를 누렸지만 지금은 모든 정치권은 물론 지지층마저 냉소를 보내는 신세가 됐다.

‘왕따’ 된 한국당

발단은 지난 8일 한국당 내에서 강성 극우파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자리였다.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극우인사 지만원 씨를 연사로 초청한 데다 김순례·이종명 의원이 참석해 한 발언이 결정타였다. 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11일 다시 입장문을 내고 “국민 혈세가 들어간 만큼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가장 먼저 발끈한 것은 호남 기반 정당인 민주평화당이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의원들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징계 이전에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공세로 전환했다. 당 차원의 비판은 물론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을 모두 모아 공조하는 등 한국당을 원내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동안 정부·여당과 각을 세웠던 바른미래당조차 칼끝을 한국당으로 돌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4당 지도부 회의를 마친 뒤 “이들을 제명해서 국회에서 추방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한국당 세 의원의 징계안을 12일 제출하기로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5·18 망언, 역사 부정 자유한국당은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반짝 지지율 취했나” 비판

한국당은 이 같은 ‘협공’을 받아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대응책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지씨를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추천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적당히 ‘소나기’를 피하려던 한국당은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구설에 오른 의원들 징계 요구에 대해 “우리 당의 문제니까 다른 당은 당내 문제에 너무 신경쓰지 않았으면 한다”며 “보수정당 안에 여러 가지 스펙트럼과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받아쳤다. 김 위원장은 이 발언조차 여론의 뭇매를 맞자 “현실적으로 당내 구성원 모두가 완벽히 하나의 생각(견해)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학계에서는 “다양성으로 치부하기에는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는 게 중론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가 이뤄낸 역사적 성과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반체제적이고 시대착오적 생각으로 공당(公黨)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며 지지층 확보를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하다 보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말했다.

‘박심(朴心)’ 논란도 내부 분열 요인

전당대회 국면에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뜻하는 ‘박심(朴心)’을 전한 유영하 변호사 발언으로 전당대회 판이 흔들리는 상황도 한국당을 ‘과거지향형 정당’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통령 뜻이라는 전언 한마디에 당 전체가 휘청하고 있는데 그만큼 당권 주자들과 한국당 전체가 허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끊임없는 보수혁신과 개혁을 통한 외연 확대도 모자랄 판에 역사 퇴행적인 급진 우경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는 물론 국회 윤리특위 차원에서의 중징계에 한국당이 동조하는 것 외에는 ‘급한 불’을 끌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내 최다선 맏형 격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의원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