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사진)이 한국 가수 최초로 61년 전통의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 무대를 밟았다.

방탄소년단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리듬앤블루스(R&B) 앨범’ 부문 시상자로 등장했다. 이들이 단정한 검정색 수트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자 지난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하게 해 준 히트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흘러나왔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한국에서 자라면서 이 무대에 서는 날을 꿈꿔왔다. 꿈을 이루게 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다시 돌아오겠다(We will be back)”라고 말하며 향후 그래미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멤버들은 공교롭게도 지난 해 9월 내놓은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承) ‘허(Her)’와 똑같은 이름을 쓰는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허(H.E.R.)를 수상자로 호명한 뒤 트로피를 건넸다. 2017년 앨범 ‘허’로 처음 그래미를 수상한 허는 “믿을 수 없다”며 “어린 시절부터 날 믿어준 가족, 친구들, 음반사에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부문별 본상 후보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고 평가받는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오르며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까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 모두 초대되는 기록을 남겼다.

방탄소년단의 시상에 이어 이들의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앨범을 디자인한 디자인회사 허스키폭스의 이두희(35) 공동대표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Best Recording Package)’ 부문 후보에 올라 아쉬움을 달랬다. 국내 대중음악 스태프로는 처음이다.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는 시각디자인 측면에서 앨범 패키지의 수작을 가려 아트 디렉터에게 시상하는 부문이다.

지난해 5월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면서 앨범 패키지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미국 빌보드는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 지명은 앨범 콘셉트에 대한 BTS의 헌신을 기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그래미는 이 부문 수상자로 세인트 빈센트 앨범 ‘매세덕션’(Masseduction) 아트디렉터 윌로 페런을 선정해 최종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시상을 마친 방탄소년단은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여러 차례 방송에서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실제 이 자리에 서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오늘 그 꿈을 이뤘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해 무척 영광”이라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다. 정말 꿈 같은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빌보드는 10일 이 소식을 전하며 “수상과 상관없이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는 미국 시상식에서 인정받은 놀라운 업적을 낸 최초의 한국 앨범”이라며 “팬들이 그래미에서 상을 수여하는 방탄소년단 출연에 흥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컨트리 음악 거장’ 돌리 파튼과 후배 가수들의 공연 무대를 기립해 즐기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시상식 생중계를 진행한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카메라가 여러 차례 비춰준 것은 방탄소년단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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