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광주형 반값 일자리’를 본격 확대할 태세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군산, 구미, 대구를 거명하며 “상반기에 최소 한두 곳은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장담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국 기초단체장 초청 오찬간담회(8일)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전국에 확산되도록 지자체가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어제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구미, 군산, 울산, 창원, 통영 등 위기지역에 지역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널리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내 제조 대기업의 상당수가 생산성에 비해 턱없이 높은 임금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 합리적 임금수준의 일자리 모델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주목받기 충분하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등이 협약식을 가진 경승용차공장은 초임 연봉 3500만원(주 44시간)으로, 평균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현대차 울산공장과 대비된다. 이런 ‘반값 임금’ 일자리는 ‘고(高)임금 거품’을 누그러뜨릴 촉매제로도 의미를 둘 만하다.

그러나 ‘반값 임금’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부의 ‘대표 일자리사업’이 돼서는 곤란하다. 지금 세계적으로 융·복합의 4차 산업혁명이 맹렬히 일어나고, 신(新)산업과 신직종이 쏟아지는 중이다. 국가와 국민 개개인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당장이 아니라 10년 뒤, 나아가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고민하고 내놔야 할 것이다. 미국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우버,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혁신기업들이 예전에 없던 새 비즈니스를 개척해 수많은 청년들에게 잠재역량을 마음껏 펼 양질의 새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공 요인을 제대로 살펴 정책에 수용해야 한다.

그런 해법은 경제계가 수없이 정부에 제출한 규제혁신 건의서에 넘치도록 담겨 있다. 기업들이 기(氣)를 펴고, 전망이 밝다면 굳이 ‘반값 임금’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산업을 막는 규제만 과감히 풀어도 확 달라질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는 벤처기업인들의 고언(苦言)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반값 일자리는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광주형 일자리만 해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년 연속 감소해 멕시코에도 뒤진 세계 7위로 주저앉은 판국이어서 벌써부터 중복 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 반발도 넘어야 한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정부가 할 일은 굽은 곳을 펴고, 막힌 곳을 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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