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의 발포주 '필굿(왼쪽)'과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사진=각 사 제공

하이트진로(17,100 -0.87%)의 발포주 독점 시대가 2년도 채 안돼 막을 내렸다. OB맥주가 이달 '필라이트'의 경쟁작 '필굿'을 출시하면서다.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가 2017년 4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발포주'로 지난해 한해 1600억원어치 이상 팔려나갔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717억원, 1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30% 밑돌아 부진했다. 일반 맥주 부진과 더불어 마산 공장 설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동률 하락이 원인이다.

제품군별로 소주 매출은 시장 성장과 점유율 상승에 힘입어 6% 증가한 반면, 맥주는 일반 맥주 부진으로 1%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반 맥주 부진에도 발포주인 필라이트는 이 기간 280만 상자(예상)가 팔려나가면서 호조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발포주 매출은 제품군 확장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398억원을 기록해 연간 1603억원을 달성했다. 맥주 부문 매출 비중도 전년 대비 7.8%포인트 성장한 24.5%까지 확대됐다.

필라이트가 이처럼 고성장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발포주의 세금 구조가 일반 맥주와 달라서다.
발포주는 맥아 비율을 줄여 부과되는 세금을 맥주보다 낮게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높인 맥주 대용품이다. 맥주의 세금은 주세 72%와 교육세 30%로 책정되지만 발포주 등 기타 발효주의 세금은 주세 30%, 교육세 10%로 구성된다. 저렴한 출고가 덕에 대형 마트에서는 필라이트(355ml) 12캔을 1만원에 살 수 있다. 1캔당 1000원도 안되는 가격이다.

이달 OB맥주가 발포주 '필굿'을 출시하며 '필라이트'의 독점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계 1위 업체의 시장 참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력을 앞세운 경쟁업체의 시장 진출로 시장 규모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맥주 종량세 도입에 따라 세금 구조가 우월한 발포주의 성장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된다고 해도 발포주 시장 유통망이 한정적인 만큼 마케팅 비용 증가도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필라이트 목표 판매량을 1500만 상자로 잡았다. 목표치를 달성하면 발포주 매출은 올해 연결 기준 맥주 예상 매출의 24% 수준이 된다. 발포주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입맥주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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