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UHD TV, 미국보다 한국서 더 비싸
양국간 시장규모, 유통구조, 생산원가 등 차이
미국은 규모의 경제 가능한 최대 규모 시장
국내 소비자 차별한다는 인식 버려야

지난주 한 방송매체는 한국 소비자가 미국 소비자보다 같은 TV 제품을 2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 더 비싸게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가격 차별 논란은 잊을만하면 등장해 국내 소비자들의 속을 긁어왔다. 오히려 자국민을 차별하는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꼈을테다.

이번에 도마위에 올려진 제품은 삼성전자(46,050 -3.05%)LG전자(72,000 -0.41%)의 UHD TV. 해당 매체 보도에 국내 소비자들은 "자국민이 봉이냐", "한국은 X같은 나라", "한국에서 물건 안 산다"는등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똑같은 TV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500만원 넘게 비싸다는 대목에서다. 해당 매체는 삼성전자 75인치 QLED TV가 미국에서 313만원에 팔리고 있는데, 같은 국내 모델엔 885만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풀려진 면이 없지 않다. 313만원은 블랙프라이데이 초특가에 가깝지만, 885만원은 할인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백화점 정가여서다.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한 게 아니란 얘기다. 이 국내 백화점 TV의 경우 할인을 적용하면 실구매시 200만원~30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진다. 보도된 만큼은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가격차가 나는게 사실이긴 하다.

그렇다면 미국과 한국 간 가격 차는 왜 생길까. 근본적 배경은 양국의 시장 규모 차이에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장터다. 미국의 인구는 약 3억3000만명으로 한국(약 5100만명)의 6배가 넘는다. 그만큼 소비자도 많다. 이는 판매량과도 정비례한다. 삼성전자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20배 정도 더 많은 TV를 판매하고 있다. 60인치 이상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도 2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는 LG전자도 다르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박리다매'와 같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한국보다 싸게 팔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일례로 빵집에서 빵 1개를 만들 때 천원의 비용이 든다면 2개를 만들 때는 천원이 덜 든다. 겹치는 재료가 있고 어차피 한 사람이 만들테니 인건비도 그대로다. 그럼 개당 단가가 천원에서 천원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생산량이 늘면서 개당 단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한계비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법칙이 적용되는 경우 많이 생산할 수록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 보다 싼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많이 생산할수록 얻게 되는 효과를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이 효과가 적용되는 곳이 미국 TV 시장이다.

미국과 한국간 상이한 유통구조도 양국 간 가격차를 벌린다. 우선 판매업체 수의 차이다. 국내 TV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롯데하이마트(47,200 +0.43%) 등 몇몇 대기업들이 독점 판매하는 구조다. 그러나 미국은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TV를 팔고 있어 단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만한 구매요건은 없기 때문에 업체들은 판매 단가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생산원가 차이도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TV제품은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 등 인접국가에서 만들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낮아진다. 운송비도 마찬가지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기능의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잦다. 미국에서 팔리는 제품이 한국과 같은 사양에 같은 크기 TV라 해도 옵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D기능, 스마트 기능 등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국내 TV에는 이런 옵션들이 대부분 들어가지만, 미국은 다양한 소비층을 겨냥해 불필요한 옵션을 빼는 경향이 있다.

미국과 한국의 시장 규모가 뒤바뀌지 않는 한 소비자 차별 논란은 앞으로도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가격 차를 크게 부풀리고 그때마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은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국민에게 제품을 팔 순 없는 노릇이다. 그 순간 기업으로서 존재의 이유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차별 논란이 없어지려면 한국 시장이 커지든지, 미국 시장이 작아지든지 둘 중 하나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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