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격만 떨어진 거면 모르겠는데, 거래량이 너무 줄어서 되살아날 기미가 없지.”

꼬박 1년 전, 투기 광풍이 ‘참사’를 불러온 이후 가상화폐 거래량은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가상화폐 가격은 상장 초기에 어떻게 수십배씩 오를 수 있었던 걸까요. 실상 블록체인이 뭔지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텐데요. 투기열풍이 광풍으로 번지던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경 거래소들의 거래량 부풀리기가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게 판결로 드러났습니다.

서울 남부지검은 총 4개의 가상화폐 거래소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여기엔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한 때 거래량 4위에 올랐던 한국블록체인거래소가 포함됩니다. 최근에 대표이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코미드와 코인네스트도 있습니다. 업비트는 검찰의 공소장에 허위 계정끼리 존재하지 않는 가상화폐와 현금포인트를 주고받는 ‘가장매매’가 명시돼 있습니다.

코미드 판결문에 따르면 운영자들은 차명계정을 생성해 가상화폐와 원화(KRW)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 입력한 뒤, ‘봇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자동주문 프로그램으로 가장매매를 했습니다. 심지어 한 계정에는 무려 100만개의 비트코인이 입고된 것처럼 꾸몄습니다.

지난해 1월 시가로 20조원, 현재 시가로는 약 4조원에 달하는 가치입니다. 이외에도 100만개의 비트코인캐시와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라이트코인, 100억원의 원화포인트 보유량 정보가 입력됐죠. 모두 가짜였습니다.

허위로 입력된 가상화폐와 원화포인트는 일반인인에게도 매매가 이뤄졌습니다. 판결문에는 가상화폐별로 거래횟수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나옵니다. 허위 보유량을 입력한 5일과 19일 이후 허위계정간 비트코인 거래횟수는 5만196건으로 전체의 34.03%에 달합니다. 허위계정과 일반계정간 거래는 7만2630건, 무려 49.24%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인들 사이의 거래는 15.22%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비트코인캐시는 일반계정간 거래가 1만1778건으로 전체의 9.81%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운영자들이 만든 차명계정과 거래를 했다는 얘기죠.

코미드의 경우는 이렇지만 규모가 큰 업비트는 비교적 선행주자였던 덕에 가장매매가 단기에 이뤄졌습니다. 검찰은 35종의 코인마다 상장시킬 때마다 1~2주간 40~90%의 가장매매가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쟁 거래소보다 비교적 높게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봇 프로그램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업비트 측은 가상화폐 투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7년12월부터 2~3개월간 가장매매량은 3~4%에 불과했다고 주장합니다.

재판부는 코미드 사건에 대해 이같은 가장매매를 기망행위로 보고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일반인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았더라면 투자를 했을까요. 거래소들의 조급증이 결국 가상화폐 자체의 신뢰를 뒤흔든 셈입니다.

박진우 지식사회부 경찰팀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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