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작년 11월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18’엔 전 세계 40개국에서 3072명이 다녀갔다. 참석자들은 “콘텐츠면에서 세계 최고의 포럼”, “산업계와 교육계, 학계가 만나는 산학협력의 장 그 자체”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한국경제신문은 인재포럼을 빛낸 명연사들의 통찰과 혜안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다시보는 글로벌인재포럼 2018’ 코너를 마련했다. 포럼기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때 ‘만족스러운 발표자’ 항목에서 상위권에 든 연사들의 강연을 매주 한편씩 소개한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7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지금 한국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들은 조선시대 과거시험보다도 시대착오적”이라며 “답을 외워서 보는 시험이 아니라 생각을 끄집어내는 시험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육을 바꾸려면 평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온 교육전문가다. 서울대에서 학점이 우수한 학생들의 공부법을 분석한 결과, ‘수업내용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암기하는 게 비결’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2014년 이 내용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으로 펴냈다. 올해 인재포럼에서는 대학 총장들의 끝장토론에 앞서 ‘대학 교육 방식의 혁명’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소장은 “대학 강의실에 가보면 토론 학습도 있고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도 이미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중간, 기말고사에서는 결국 ‘교수 말을 토씨 하나까지 얼마나 똑같이 적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시대 과거시험만 해도 ‘노비도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대대로 천한 일을 하는 게 맞는지 논하시오’ 등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평가했다”며 “지금 우리교육은 그것보다 못하다”고 덧붙였다.

국제 교육과정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IB 교육과정은 논술과 토론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강화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 소장은 “독일 대입에서는 영어 문제가 ‘독일의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교육부 장관을 인터뷰했다고 가정하고 글 한 편을 완성하시오’ 이런 문제들이 나온다”며 “우리만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을 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주입하는 교육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국내 교육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전과목 논술시험으로 대입을 치르면 공정하고 일관되게 채점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유럽 각국에서는 수십년간 대입과 학교 내신시험을 전과목 논·서술로 치러왔다”며 “그들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IB에서는 내신시험도 교사 개인에게만 채점을 맡기지 않고 중앙의 채점센터에서 모니터링해 성적비리를 사전 차단한다”며 “만일 문학 중간고사 문제가 ‘공부했던 작품들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에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시오.’와 같은 종류라면, 설령 시험문제가 유출된다 하더라도 성적에 결정적이지 않고 오픈북 시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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