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에 높은 분양가로 2년 만에 미달
설 연휴 이후 상반기, 서울서 6000여 가구 분양 예정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전세값 마저 안정화되면서 분양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작년만해도 집값이 상승행진을 보이면서 새 아파트의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의 시세 차이(갭)가 벌어졌다. 때문에 '분양 아파트=로또 아파트'라는 공식도 생겼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작년 9·13대책 이후 주택시장에서 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어서다. 청약통장도 아끼고 있다. 대출이 안되는 9억원 이상의 아파트에 청약통장을 굳이 쓰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2년 만에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1순위 기타지역도 미달

3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서울 광진구 화양동 303-1번지에 짓는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1순위 청약에서 9개 타입 중 4개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전용 84㎡의 5개 타입은 1순위 당해지역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115㎡의 4개 타입은 1순위에서도 미달됐다. 서울 외 수도권에서도 청약접수가 저조했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아파트 1순위 청약이 미달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2017년 9월 분양한 ‘장안 태영 데시앙’의 전용 119㎡가 미달된 게 마지막이었다.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조감도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3370만원이다. 총 분양가가 모든 타입에서 9억원 이상이다. 계약금은 20%에 달한다. 중도금은 자체 조달해야 한다. 분양가는 전용 84㎡가 9억6000만~12억3900만원, 115㎡는 12억9800만~16억2000만원이다.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금 부담도 미달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분양 시장에서는 이번 미달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상반기 분양 시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어서다. 부동산 민심이 동요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미달 뉴스'를 접한데다 분양 시장은 약 2주간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쉬어가는 시기가 아예 멈추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업계에서는 우려를 하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 매매가·전세가 안정 전망

서울 주택시장은 하향 안정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11주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6%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송파(―0.19%), 성북(―0.16%), 강남(―0.15%), 마포구(―0.09%) 순으로 가격이 내렸다.

이러한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예상됐던 물량 폭탄이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3106가구에 달한다. 반면 멸실 주택 수는 3만7675가구로 최근 3년 평균보다 5000~6000가구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줄어드는 집보다 늘어나는 집(입주 아파트)이 더 많다보니 수요자들이 우위인 시장이 예상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투기수요 억제 정책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추진 속도가 과거보다 느려졌다"며 "입주물량의 순증 영향에 따라 서울의 전세가격 안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멸실 대비 입주물량이 5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다는 전망이다. 전세가격 안정세와 더불어 매매가격의 약세 요인이다. 올해 입주는 물량이 확정된 반면 멸실은 정비사업 지연 여부에 따라 실제로는 멸실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물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분양 대기중인 단지들 "속타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설 연휴 이후 분양을 준비하는 아파트들은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카드는 '분양가' 밖에 없어서다. 더군다나 서울에서는 상반기에 재개발을 중심으로 분양물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올해 계획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분양을 계획했다가 일정이 미뤄진 곳들이 많다. 미뤘던 사업지들은 그만큼 사업비가 늘어났기 때문에 조합은 이를 분양가에 포함시키려 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감수하면서 분양가를 낮추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의 경우 분양가 승인이 깐깐해 진데다 사업구역 내에 주택 등 건축물이 완전히 철거되지 않으면 분양을 할 수 없어 신규분양이 원활하지 못했다. 올해도 분양가 승인여부는 중요한 변수다. HUG의 분양보증이 선행되지 않으면 금융권으로부터 건설사들이 사업비 조달을 받기 어렵다. 그나마 설 연휴 이후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알짜 입지라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설을 지나 6월까지 서울에서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일반분양 될 물량은 총 6153가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분양된 1458가구에 비해 4.2배 많은 수준이다.

(자료 부동산 인포)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서 3개 단지가 상반기 중 분양을 준비 중이다. 작년부터 분양계획이 수차례 변경된 끝에 올해는 분양이 확실시 된다. 효성중공업·진흥기업이 청량리3구역에 아파트 220가구, 오피스텔 34실 규모의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를 2월께 분양한다. 3월에는 한양이 청과시장을 재개발 해 115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롯데건설은 상반기 중 청량리4구역에 1425가구의 주거복합단지인 롯데캐슬SKY-L65을 분양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은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에서 홍제3주택재개발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 39~114㎡의 1116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419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은 2017년 분양을 마쳤던 응암2구역에 128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2차'로 공급되는 이 단지는 128가구 중 118가구가 일반분양 분이다. 계룡건설이 성북구 보문동에 리슈빌(4월), GS건설이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 자이(5월)를 분양할 계획이다.

강남권에서도 분양이 계획됐다. 롯데건설은 오는 2월 서울 송파구 거여2-1주택재개발 구역에서 ‘거여 2-1 롯데캐슬(가칭)’을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9~108㎡의 1945가구 중 745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지하철 5호선 거여·마천역 도보 역세권 단지다. GS건설은 서초구 방배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배그랑자이’를 오는 3월에 공급한다. 전용면적 49~175㎡의 752가구로 구성된다. 일반분양은 276가구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상반기에 비교적 좋은 입지를 갖춘 재개발 분양단지들이 많이 공급될 예정이다"라며 "분양가 수준을 잘 고려해 자금조달 계획을 잘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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