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에 쓰세요"…적정 가격 컨설팅 후
가짜 응찰자 내세워 경합처럼 위장하기도

경매가 진행 중인 서울의 한 법원. 한경DB

A씨는 최근 법원경매에서 서울의 한 빌라를 낙찰받았다. 경매학원에서 적어준 대로 감정가보다 2110만원 높은 2억6110만원을 써냈다. 2등을 단돈 10만원 차로 물리쳤다. A씨는 그렇게 첫 경매에서 낙찰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축하를 해줄 줄 알았던 경매 지인들은 그를 ‘호구’로 불렀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경매 전문가들은 낙찰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이었는지를 따질 때는 3등 혹은 3위권과의 입찰가 차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위권 한두 명과의 소액 경합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까닭이다. 경매학원 등에서 컨설팅을 받은 경우라면 더더욱 조작에 당할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 받기 위해 아랫바지 내세워

대표적인 수법이 ‘아랫바지’다. 말 그대로 바지 입찰자들이 낙찰자보다 살짝 낮은 가격대로 입찰해 마치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던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이다. 1등의 입찰가격이 컨설팅을 통해 이미 노출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A씨 사례의 경우 경매학원에서 적정 입찰가격으로 A씨에게 2억6110만원을 불러준 뒤 허수아비 입찰자들에겐 이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입찰하도록 했다.

컨설팅업체는 낙찰에 성공해야 컨설팅비를 받을 수 있다. 낙찰가를 높게 써내면 낙찰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2등과 격차가 너무 크면 의뢰인으로부터 욕을 먹는다. 이때 주로 아랫바지를 세운다. 악덕 컨설팅업체는 시세보다도 높게 낙찰을 받기도 한다. 이때 의뢰인은 2등 입찰가를 알고 있어 비싸게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매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는 컨설팅업자를 고수 중의 고수로 보게된다. 단돈 10만원 차이로 2등을 따돌린 까닭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는 “일부 경매학원은 입찰가를 컨설팅해준 초보자들 앞에서 학원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쓴다”며 “3위권과 가격 차이가 터무니없이 많이 난다면 아랫바지 수법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격 사유 있는 윗바지 내세우기도

‘윗바지’도 있다. 이번엔 낙찰자보다 높은 가격에 바지 입찰자를 내세우는 수법이다. 일단은 응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다. 그러나 결격 사유를 미리 만들어둔다. 물건을 2등에게 넘기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게 보증금(최저응찰가의 10%) 봉투에 돈을 넣지 않는 방법이다. 법원은 이럴 경우 낙찰을 불허한다. 최고가를 써냈지만 낙찰은 2등에게 돌아간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대리인을 내세우면서 일부러 인감도장을 챙기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결격 사유를 만들기도 한다”면서 “이렇게 낙찰받는 2등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하면 크게 만족한다”고 귀띔했다.

◆고의 경매도 심심찮게 나와

바지 입찰자를 내세우는 것 외에 악성 물건을 경매로 털어버리는 ‘꼼수’도 있다. 고의경매다. 정상 매매로는 잘 안 팔리는 토지나 주택이 있다면 위장 채무를 만들어 경매에 부치는 것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경매로 나오는 순간 전국에서 조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매매로는 안 팔릴 물건에도 입찰자들이 몰려든다”며 “경매 시장에선 함정도 많은 만큼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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