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

37세 남성이 수개월째 기침이 지속된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기침은 누워 있을 때나 과식했을 때 심해졌고, 밤에 기침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으며, 기침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환자는 감기가 심해져서 폐렴이나 다른 심각한 호흡기질환이 의심돼 병원을 방문했지만 검사 결과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기침은 먼지나 연기 또는 이물질을 코를 통해 들이마셨을 때 이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하는 반사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고 대부분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감기 등의 상기도 감염으로 기침이 나더라도 대개는 1~2주 내 좋아지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기침이다. 만성 기침은 만성기관지염, 천식, 흡연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데, 이런 호흡기적인 문제 이외에 만성 기침을 유발하는 흔한 이유 중 하나가 역류성 식도염이다. 기침은 대부분 호흡기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성 기침의 25% 이상은 역류성 식도염이 원인이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을 때 역류한 위산이 식도 상부를 통과해 후두나 기관지로 역류함으로써 반사적으로 기침을 유발한다는 설과 식도 역류 자체가 반사적으로 기침을 유발한다는 설이 있다. 일부에서는 기침이 역류를 유발해 다시 기침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경우 기침보다도 속이 쓰리거나 위산이 역류되는 증상이 더 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일부에서는 다른 증상 없이 만성 기침만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만성 기침 환자는 천식, 만성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과 비염, 후비루 등 이비인후과적인 문제가 없는지 먼저 확인한 뒤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들어간다.

역류성 식도염의 진단에는 전형적인 증상의 확인이 가장 중요하고 위내시경 검사,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 위산분비억제제 투여 후 증상 변화 평가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1~2개월간 복용하면 80% 이상에서 증상이 좋아지고 식도염도 치료된다. 하지만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와 재발 방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술, 담배, 커피, 탄산음료, 초콜릿 등을 제한하고 튀김, 볶음 등의 기름진 음식을 피하며 빨리 먹거나 과식, 폭식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이고 식후 바로 눕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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