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전문' 정충진 변호사의 역전세 대응법

내 전세 보증금은 안전한가
집값·전세값 동시에 떨어져 '역전세난' 공포
집값이 전세 보증금을 밑도는 '깡통전세'도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는
만기 돌아오는 2년 후 시장을 잘 따져봐야
전세반환보증 보험 미리 가입하면 '든든'

경매에 대비하려면…
이사 즉시 전입신고해 확정일자 받아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출수있어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역전세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져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떨어진 ‘깡통전세’도 나타나고 있다. 자금 여유가 없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버티거나, 집이 경매에 들어가면서 세입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경매전문인 정충진 변호사(법무법인 열린)는 “역전세 피해를 입고 대처하는 것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기 위해서는 보증보험, 경매제도 등을 잘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전세난이란

전세 계약 기간은 보통 2년이다. 집주인이 기존에 받은 보증금을 적금 들어놨다가 전세 만기가 끝나면 해지해 돌려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 보증금을 집주인이 다른 데 쓰거나 투자할 경우 2년 전보다 전셋값 떨어졌을 때 문제가 생긴다. 새로운 임차인을 들여 이전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전셋값이 떨어지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년 전 5억원이던 보증금이 현재 4억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1억원의 자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 집주인이 자금 여력이 없으면 기존 보증금도 돌려주지 못한다. 이런 것을 보통 역전세라고 한다.

▷세입자 대응방법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소송밖에 없다. 내용증명 발송과 임차권등기명령신청,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 강제경매 순서로 이어진다. 소송을 걸고 판결을 받아 집을 경매에 넣든가 아니면 집주인의 다른 재산을 찾아 경매 신청하든가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세입자가 평생 동안 소송 한 번 해볼 일이 없다 보니 소송 진행이 어렵다. 또 소송하면서 비용이 들어가고, 시간 걸리고,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세입자의 피해가 극심하다. 시간 대비 비용문제도 크다 보니 소송을 권하기도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세입자가 이미 다른 집을 계약했을 경우 자금 흐름이 꼬여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을 받아야 잔금이나 중도금을 치를 수 있지만 소송에 들어가면 몇 개월 동안 받지 못하고 끌려다니게 된다. 당장 돈이 필요한 세입자한테는 어려움이 생긴다. 약속한 기간 내에 돈을 내지 못하면 계약금을 몰수당할 수도 있다. 소송에 이겼더라도 집주인이 돈이 없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까지 생긴다.

빠르게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 지급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것도 소송이긴 하지만 약식 소송이라 간단한 절차로 두세 달 안에 판단받을 수 있다. 보통 소송을 하면 6개월 이상 걸린다.

다만 지급명령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돈이 없어서 못 주는 집주인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 것이다. 두 달 만에 보증금을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도 집주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정식소송 절차를 밟는다. 괜히 지급명령을 받아보겠다고 했다가 시간만 날리게 될 수 있다. 이런 제한도 정확히 알고 활용해야 한다.

세입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1심 판결 결과로 집을 경매에 넣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집주인이 불복해 항소를 하더라도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낙찰가격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게 형성되면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한다. 향후 집값이 회복할 것으로 보이면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예방이 중요할 것 같다.

집 구매자나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도 부동산 시장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모은 소중한 전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셋집을 구할 때부터 시장 흐름을 잘 살펴봐야 한다.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2년 후 시장을 잘 따져봐야 한다. 만약 입주물량이 몰리는 지역이라면 전셋값 하락이 불가피하다. 2년 후 어차피 재계약하거나 옮겨야 하는데 전셋값 하락이 될 경우 세입자는 피해를 볼 수 있다. 또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8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라면 가급적 계약하지 않는 게 좋다. 집주인이 갭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집을 판 돈으로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역전세 사고 예방을 위해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에서 제공하는 전세금반환보증을 미리 들어놓으면 보증회사가 대신 보증금을 준다. 과거에는 전세반환보증보험을 들 때도 집주인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최근 제도가 바뀌어 집주인 동의 없이도 신청할 수 있다.

▷경매에 대비해 할 일은

세입자는 이사하는 날 바로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기 위해서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집을 비워주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전입신고로 대항력 요건이 갖춰진다.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도 확보한다. 이는 경매당했을 때 우선순위에 따라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다.

전세 계약을 할 때 등기부등본상 자신보다 선순위인 권리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순위 권리가 없어야 경매에서 1순위로 배당받을 수 있다. 선순위 저당권 금액이 적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향후 매매 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경매가 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까닭이다.

▷서울 역전세난 계속될까

서울의 역전세난 우려는 기우인 거 같다. 이주가 미뤄졌던 재개발·재건축 단지만 수만 가구다. 올해 이 단지들의 이주가 다시 진행되면 역전세난은 금방 해소된다. 전셋값이 잠깐 떨어졌지만 향후 이주 수요를 보면 전세난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창원, 거제 등 지방 도시들은 매매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가격이 같이 무너지고 있다. 반면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들 지역에선 역전세난과 깡통 전세가 우려된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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