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일본 교토(京都)를 찾는 사람은 연간 5000만 명에 이른다. 혼잡이 극심해지자 교토시가 인파를 분산시킬 방안을 찾아나섰다. 유명 관광지 인근 건물에 휴대전화 무선랜망을 활용한 계측기를 설치하고 혼잡도를 표시하기로 했다. 현재 13곳에 이런 센서가 설치돼 있다. 시간대별 예상 혼잡도를 색깔별로 표시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개설했다.

천년 고도(古都) 교토가 이 같은 ‘정보기술(IT)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IT업체와 해외 인재들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전자제품 업체 파나소닉이 지난해 교토 중심가에 디자인센터 ‘파나소닉 디자인 교토’를 설립했다. 명함 데이터화·관리업체인 산산은 유명 관광지인 가와라마치에 혁신연구소를 세웠다. 스마트폰 앱 개발사와 온라인 블로그·광고 업체들도 잇따라 사무실을 냈다.

네이버의 일본 메신저 플랫폼 자회사인 라인은 연구개발 거점인 ‘라인 교토’를 신설했다. 라인 교토가 낸 엔지니어 채용 공고에는 1000여 명이 지원했다. 이 중 800명이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교토라는 도시 브랜드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산산 혁신연구소에 지원한 해외 인재들도 “100년 역사의 전통 목조 건물을 개조한 사무실과 일본식 정원이 딸린 환경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오랜 역사와 문화의 도시에 첨단 기술 인력이 몰리면서 교토 기업들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도쿄와 오사카 기업에 가려져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교토 기업들은 오랫동안 전기·전자 등 정밀기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지진 피해가 적은 지리적 이점 위에 독자적인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킨 덕분이다.

세계적인 게임 회사 닌텐도를 비롯해 정밀 소형 모터에 특화한 일본전산, IT 기기의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 세계 점유율 1위 무라타제작소,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 시장의 80%를 석권한 호리바제작소 등이 교토에 있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창업한 교세라와 KDDI 역시 교토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잃어버린 20년’ 시기에 고전한 다른 기업과 달리 높은 성장세를 보여 ‘교토식 경영’의 모범으로 떠올랐다. 교토는 일본에서 IT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교토대 등의 우수 인재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NTT데이터 등의 기업들이 교토대와 손잡고 디지털 인재 육성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교토는 한국의 경주와 닮은점이 많다. 경주시가 교토시와 함께 ‘한·일 천년 고도 뱃길 연결’ 사업을 통해 문화·관광·교육 교류를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앞으로 두 도시를 연결하는 뱃길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의 기업과 기술 협력 통로까지 넓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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