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올해 선거 치르는 주요국서 극단주의 정치 세력 득세

경제위기 겪는 아르헨티나, 우파 대통령 혹독한 긴축정책에
복지 앞세운 좌파 정당 지지율 급등

인도 정치권 앞다퉈 퍼주기 경쟁…야당의 '농가 빚 탕감 공약'에 밀려
모디 총리, 정치 텃밭 빼앗기자 총선 앞두고 63조원 선심 공약

실업수당 인상 들고나온 野에 맞서
호주 여당은 영주권 제한 내세워
민주주의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를 비롯해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이 올해 선거를 치른다.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도 예정돼 있다. 선거를 치르는 나라의 인구를 합치면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한다. 선거 판도에 따라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쳐 각국 정치권은 물론 대규모 투자자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올해 세계 각지 선거판에선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바람이 거세다. 좌파는 선심성 정책을, 우파는 반(反)이민 정책 등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정치 성향이 왼편이냐 오른편이냐에 상관없이 대중의 인기만을 노리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포퓰리즘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범한 멕시코의 좌파 정권과 브라질의 우파 정권이 대표적이다.

올해 아르헨티나와 호주에선 집권당이 포퓰리즘 성향인 좌파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인도와 태국 등 개발도상국에선 여전히 여·야가 합심해 퍼주기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대로 EU에선 경기침체와 난민 대량 유입 등에 따른 문제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분수령

지난해 다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는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외신들은 좌파 포퓰리즘 세력이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전형적인 좌파 포퓰리스트’란 평가를 받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크리 대통령과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경제 위기를 맞아 허리띠를 졸라매자 마크리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페소화 가치가 50% 추락하면서 물가가 40% 오르고 실업률은 10%에 달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마크리 정부는 보건, 노동, 환경, 에너지, 관광 등 10여 개 정부부처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인프라 투자도 축소해 올해 재정지출을 27%까지 줄이기로 하는 등 혹독한 긴축에 나서고 있다.

노동조합과 좌파 성향 이익단체들은 마크리 정부의 긴축에 반발하며 잇따라 파업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지지로 페르난데스가 재집권하면 아르헨티나가 경제가 사실상 파탄 상태인 베네수엘라를 뒤따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페르난데스는 2007~2015년 대통령 재임 당시 전기·가스·수도 요금에 보조금을 주고, 학생들에게 약 500만 대의 노트북 컴퓨터를 무상 지급하는 등 선심성 정책을 남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페르난데스가 집권할 경우 페소화 환율이 현재 달러당 약 37페소에서 연말엔 달러당 59페소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퍼주기 경쟁하는 인도, 태국

인구 13억6000만 명으로 지구촌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선 4~5월 치르는 총선을 앞두고 퍼주기 경쟁이 한창이다. 하위 카스트(계층)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치 명문가 네루-간디 가문의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가 경쟁하고 있다. INC는 인도 제1야당이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농가당 20만루피(약 320만원)의 빚을 갚아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여당 텃밭에서 승리하자 선심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모디 총리는 농가 지원 대책에 4조루피(약 63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농가 금융지원과 관개수로 등 인프라 개선, 농산물 유통망 정비를 위한 예산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디지털기업을 악마화하고 지하경제를 방치하는 등 시대를 거스르는 정책은 결국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국에선 2014년 5월 쿠데타를 통해 잉락 친나왓 정부를 몰아낸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3월 총선을 시행할 뜻을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야자유 가격 안정을 위해 3200만달러의 예산을 확보했다. 지난달엔 전체 노동인구의 30%인 저소득층 1140만여 명에게 새해 선물로 1인당 500바트(약 1만7680원)를 뿌리기도 했다. 잉락 전 총리의 오빠로 2001~2006년 국정 운영 경험이 있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호주판 ‘소득주도성장’ 등장하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실업수당 인상 등 복지 공약을 들고나온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호주에선 오는 5월 상원 의석 절반(38석)과 하원 전부(151석)를 교체하는 총선을 치른다. 호주는 최근 10여 년간 임기 3년을 채운 총리가 나오지 않는 등 정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6년 만의 정권 탈환을 위해 주택 공급과 실업수당 인상 등의 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노동당은 1주일에 275호주달러(약 22만2000원)인 실업수당을 350호주달러로 27%나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왔다. 노동당은 실업수당 인상이 사회안전망 강화는 물론 경기부양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반대로 극우적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시드니 등 대도시 교통난과 부동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영주권 발급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이웃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와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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