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조사 1주일 만에 영장

'혐의 부인'한 양승태 박병대 동시 청구…혐의 인정한 고영한은 빠져
서영교 등 정치인 재판거래는 영장청구서 제외
옛 통진당 관련 등 혐의 40개
檢 "재판개입·블랙리스트 등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 넘어"

사법수장 첫 영장청구 불명예
이르면 22일 구속여부 결정
최대 승부처는 '직권남용혐의'…양승태-검찰 '법리다툼'예상

박병대 前 대법관도 영장 재청구
검찰은 18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개입, 법관 불법 사찰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첫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법원장이 됐다. 검찰은 작년 11월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이날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사건과 관련해 최종적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이고, 그의 지시와 방침에 따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동원 소송서 물증 확보한 檢

260쪽이 넘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공무상 비밀누설 등 40여 개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등 재판 개입 △정책을 비판한 판사에 대한 인사 보복(판사 블랙리스트)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전국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등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혐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개입’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등에서 단순히 지시를 내리고 보고받은 관계에서 벗어나 본인이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것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집무실 등에서 당시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세 차례 이상 독대한 증거도 확보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청구서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과의 재판거래 의혹은 제외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직권남용 혐의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요건 중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두고 양측 간 치열한 법리싸움이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장에게 재판 관여 권한 자체가 없으므로 남용 대상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직권남용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도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유리한 상황이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영장청구 안 해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2014년 2월~2016년 2월)을 지낸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하고, 이어 법원행정처장(2016년 2월~2017년 5월)으로 일한 고 전 대법관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혐의 인정’ 때문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반면 고 전 대법관은 상당 부분 인정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지난 세 차례 소환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 “실무자가 한 일이라 모른다”고만 답해 검찰은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 청구되는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는 기존 직권남용, 직무유기, 특가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 외에도 서기호 전 의원의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작년 영장 기각 후 관련자들을 다시 조사했고,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해 법원의 요구를 충실히 보완했다”며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보였다.

한 고위 판사는 “법원이 둘 다 기각하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검찰이 이용한 것”이라며 “둘 중 하나는 구속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안대규/고윤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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