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디자인, 역동적인 주행성능 강점
-난해한 UI 구성 아쉬워


'아름다운 고성능 차(Beautiful Fast Car)', 재규어의 브랜드 슬로건이다. 어떤 차종에서든 우아한 디자인과 역동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규어 최초의 전기 SUV I-페이스도 마찬가지다.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며 극찬한 만큼 시승 전 기대감도 컸다. 전기차가 소형차를 벗어나 SUV로 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재규어가 내린 해답이 궁금하기도 했다. 미세 먼지가 극심했던 14일 인천 영종도와 송도 일대에서 배터리 전기차 I-페이스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크기는 길이 4,700㎜, 너비 1,895㎜, 높이 1,560㎜, 휠베이스 2,990㎜로 독특한 비례감을 자아낸다. 첫 인상은 SUV보다 해치백 및 쿠페 디자인을 접목한 CUV를 본 느낌이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 매끈한 지붕선, 다소 높은 창문선, 주행 중 안으로 완전히 수납되는 도어 핸들, 역동적인 디자인의 에어덕트 등은 스포츠카 디자인 언어에 가깝다.


날렵한 디자인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공력 성능도 고려한 선택이다. I-페이스의 공기역학계수는 0.29Cd에 불과하다. 공기저항을 줄여 전기차 불안 요소인 주행거리를 늘리고, 역동적인 주행을 이뤄냈다. 다소 과격함까지 느껴지는 전면 그릴 뒤엔 '액티브 베인'이란 장치가 자리 잡았다. 배터리 냉각과 온도 조절을 위해 공기 전환이 필요할 경우에만 전면 그릴을 열고, 이외 상황에선 셔터를 닫아 공기 흐름을 유지한다. 주행 중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자동전개식 플래시 도어 핸들 역시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반영한 요소다.


흥미로운 것은 크기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의 엔진과 변속기 자리를 아낌없이 실내 공간에 투입했다. 뒷좌석 레그룸이 890㎜로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넉넉하다. 운전석도 앞쪽으로 배치해 시인성을 높였다. 트렁크 용량은 656ℓ,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1,453ℓ까지 확장된다. 전면 후드 아래엔 엔진 대신 27ℓ의 수납 공간을 배치했다. 포르쉐 등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던 구성이다.


차고가 낮아 실내에서 다소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재규어는 고정식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준비했다.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해 뒷좌석 탑승객도 쾌적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로렌지 패턴이 세라믹 소재로 제작,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미래지향적이다. 10인치와 5인치 터치스크린을 상하로 배치했다. 공조장치는 특유의 조그 다이얼이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콘솔 주변엔 정전식 스위치도 배치했다. 디스플레이 화면에선 내비게이션과 배터리 사용 현황, 엔터테인먼트 기능, 회생제동 감도 조정 등이 가능하다. 5인치 디스플레이는 메인 화면을 작동하지 않아도 별개로 공조장치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어 노브 대신 버튼식 주행모드(D-N-R-P)를 콘솔 좌측 하단에 배치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정보는 많은데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기능을 쓰기 위해선 매뉴얼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회생제동 보조, 디지털 계기판의 화면전환 등 직관적으로 사용하는 요소들 역시 접근이 어렵다. 디지털 계기판의 바늘 움직임에서는 약간의 지연(랙)이 느껴진다. XJ부터 디지털 계기판을 일찍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편의 및 안전 품목으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지원하는 SOTA 시스템,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비상 브레이크, 사각지대 어시스트,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자동주차 보조, 도난 추적 지원 '인컨트롤 시큐어' 시스템, 보행자에게 차가 접근하는 것을 알리는 소리경보 시스템 'AVAS' 등이다. 상위 트림 HSE 등에선 컬러 HUD와 차선유지보조도 이용할 수 있다.

▲성능
I-페이스는 앞뒤 두 개의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시스템 통합 최고 출력은 400마력, 최대 토크는 71.0㎏·m, 0→100㎞/h 도달 시간 4.8초 등의 성능을 갖췄다. 모터의 힘은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한 싱글 스피드 트랜스미션이 전달한다. 구동방식은 AWD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90㎾h로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333㎞를 인증 받았다. 100㎾ 고속 충전기 이용 시 40분 안에 80%까지 충전 가능하다. 완전히 방전된 후 완속충전기를 이용하면 13시간이 소요된다. 충전기 규격은 콤보 타입1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방식이다.

출발 가속이 묵직하다. 무게가 2,285㎏에 달하고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하부에 붙어 무게중심이 낮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도를 붙이는 건 어렵지 않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면 스피커로 재생되는 엔진 사운드도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회생제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속도를 줄이는 동안 발생하는 회전력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고, 이를 배터리에 다시 충전하는 방식이다. I-페이스는 회생제동 감도를 '낮음'과 '높음' 등 두 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높음'의 경우 최대 0.4G까지 회생제동력 확보가 가능하다. 이 정도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가속 페달만 조절해도 정지가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감쇄력이 상당히 강하고 쉐보레 볼트 EV와 같이 패들 시프트 등 보조 장치가 없어 부드러운 승차감을 위해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동은 형제차인 F-페이스나 E-페이스와 유사하다. SUV지만 역동적인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앞축 더블 위시본, 뒷축 인테그럴 링크다. 단단한 차체 강성과 함께 서스펜션도 주행 상황에 따라 자세를 명민하게 다잡는다. 운전자에겐 즐거움을 주지만 뒷좌석 탑승객에겐 다소 힘들 수 있다. 차 뒤쪽 움직임이 패밀리형 SUV와는 사뭇 달라서다.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은 장거리 주행은 물론 막히는 도심에서도 유용하다. 앞 차 간격과 최고 시속을 설정해주면 교통 흐름에 따라 알아서 주행한다. HSE엔 차선유지 보조가 탑재됐지만 SE에선 차선이탈 경고만 장착됐다. 안전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스티어링휠은 항상 운전자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다.

▲총평
최근 시승을 경험한 자동차 중 가장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규어 스스로가 SUV로 분류하지만 매끄러운 디자인과 주행감각은 기존의 SUV와 사뭇 달랐다. 개성 있는 비례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낯설면서도 호감이 갔다. 동시에 많은 기능을 이용하려면 '공부'가 필요했다. 경쟁차들과 비교해 직관적인 접근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역동성은 한결 같다. 그래서 평가도 천차만별로 나눠질 것 같다. 가격은 EV400 SE 1억1,040만원, HSE 1억2,47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 [시승]순수 열정, 재규어 F-타입SVR 컨버터블
▶ [시승]국산 픽업의 또 다른 도전, 렉스턴 스포츠 칸
▶ [시승]8단 변속기의 날개를 달다, 푸조 3008
▶ [시승]쿠페형 SUV의 영역 확장, BMW X2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