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發 '인건비 쓰나미'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직원 7000명 시급 미달 '쇼크'

사측, 취업규칙 변경 노조에 통보…임금폭탄 피하기 '고육책'
"기준 맞추려면 全직원 임금 올릴판…年 수천억 추가 부담"
노조 "단협서 협의할 문제"…상반기 노사 최대 쟁점 될 듯
판매 부진으로 고전 중인 현대·기아자동차가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0.9%) 및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쉬는 일요일도 근로시간 인정)으로 현대·기아차 직원 7000명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두 회사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판매 감소세가 가팔라지는 악순환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랴부랴 두 달마다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최저임금에 미포함) 중 일부를 매달 지급(최저임금에 포함)하겠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한 이유다. 매달 주는 임금을 늘려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정은 녹록지 않다.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다. 오히려 상여금을 매달 분할 지급하려면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기아차가 최저임금발(發) 노사 갈등의 늪에 빠져들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연봉 6000만원대도 최저임금 미달

현대·기아차가 격월로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겠다고 나선 사연은 이렇다. 최저임금 급등과 함께 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올초부터 법정유급휴일(일요일)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는 기준 시간에 포함됐다. 근로자가 실제 일하는 시간은 하루 8시간씩 월평균 174시간인데, 최저임금 시급을 따질 때는 월 209시간이 기준 시간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령을 고쳤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합해 연봉이 6800만원에 달하는 현대차 직원의 월 기본급은 160만원(법정주휴수당 포함) 정도다. 기준 시간을 월 174시간으로 하면 시급은 9195원이다. 하지만 기준을 월 209시간으로 바꾸면 시급은 7655원으로 뚝 떨어진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8350원) 위반이다.

올해부터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현대·기아차 직원 수는 7000명(현대차 6000명, 기아차 1000명)이다. 두 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각각 9200만원, 9300만원(2017년 기준)이다. 두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은 5500만원 수준이다.

회사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이들(최저임금 미달자)의 임금을 올려주면 최저임금과 상관없는 다른 직원의 임금까지 인상해줘야 한다. 생산직 직원 대부분이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체계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신입 및 저연차 직원의 임금을 올리면 임금테이블 전체가 바뀌면서 고연차 직원의 연봉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따른 두 회사의 추가 인건비만 연 수천억원에 달한다. 돈을 더 주지 않으면 시행령 계도기간(처벌유예)이 끝나는 올 하반기부터 당장 회사 측이 소송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추가 인건비를 감당하긴 어렵다”며 “직원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회사의 요청을 수용해야 함께 생존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대·기아차가 두 달마다 지급하는 직원들의 정기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겠다고 취업규칙 변경 공문을 노조에 보낸 이유다. 최저임금 계산 때 따지는 분자(월별 임금)를 늘려 법 위반을 피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두 회사는 매년 기본급의 750%에 달하는 상여금 일부(600%)를 두 달에 한 번 주고, 나머지는 연말에 일괄 지급하고 있다.

외통수에 걸려든 기업들

문제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회사가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도 기존 노사 단체협약과 상충되면 소용이 없다. 단협이 우선 적용된다는 조항(노동조합법) 때문이다. 결국 노조가 회사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상여금 월별 분할 지급’은 이뤄질 수 없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의 취업규칙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협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상여금을 매달 쪼개 줄 경우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회사 측으로선 혹을 떼려다(최저임금법 위반 해소) 되레 혹을 하나 더 붙이는(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 꼴이 된다.

현대·기아차뿐만이 아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전체로 보면 직원 9000여 명의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해 7000억원을 추가로 들여야 할 판이다. 한국GM 및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도 정기 상여금 일부를 월별 분할 지급하기 위해 노사 협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