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초미세먼지 왜?

14일 오후 6시 서울 154㎍/㎥…2015년 관측 이래 '최악'
15일 오후 찬바람 불며 점차 해소…17일 이후 다시 공기 질 '나쁨'

정책 변화없이 脫원전 고수땐, 미세먼지 감소에 근본적 한계
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三寒四微' 더 뚜렷해질 듯

<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 > 14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울,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이날 오전 서울시 모범운전자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참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국내로 유입된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사나흘씩 국내에 머무르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이틀 연속 화력발전소 출력 상한제약, 차량 2부제 등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지만 고농도 미세먼지를 잡지 못했다.

미세먼지에 갇힌 서울

14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서울 지역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24㎍/㎥로, 2015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인 작년 3월 초미세먼지 농도 99㎍/㎥를 크게 웃돌았다. 오후 한때 초미세먼지 농도는 150㎍/㎥ 이상으로 치솟았다.

전국 곳곳이 미세먼지에 시달렸다. 경기 지역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120㎍/㎥였고 충북(114㎍/㎥) 충남(105㎍/㎥) 세종(104㎍/㎥) 인천(103㎍/㎥) 등이 ‘매우 나쁨’ 등급을 보였다. 미세먼지 등급은 △좋음(초미세먼지 농도 0~15㎍/㎥) △보통(16~35㎍/㎥) △나쁨(36~75㎍/㎥) △매우 나쁨(76㎍/㎥ 이상) 등으로 분류된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최고 위험 등급인 ‘매우 나쁨’보다 훨씬 나빴다.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 오염 책임을 부인하는 가운데 내외부적으로 최악의 요인들이 겹쳤다. 중국에서는 지난 주말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 지역에 올해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한 데 이어 이날은 중국 남부 지역에 스모그 경보가 발효됐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거 국내로 유입된 데다 최근 며칠간 예년보다 덜 추운 날씨까지 더해졌다. 고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낮아야 공기 순환이 일어나는데 추위가 풀리면 역전층이 생겨서 대기가 정체된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센터 센터장은 “외부에서의 유입 강도가 높았고 습도, 구름 등 기후 요인도 좋지 않았다”며 “유입된 먼지가 이런 요인과 결합하면서 농도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대책에도 속수무책

정부는 고강도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벌였지만 실제 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 수도권 3개 시·도(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지난 13일 공공부문 대기배출시설 운영 감축 등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지만 다음날인 14일 오히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더 심해졌다.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을 시행한 도시는 이날 수도권 외에도 부산,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10곳으로 늘었지만 정책 실효성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전국 화력발전소 16기도 출력이 80%로 제한됐다.

올 들어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해진 원인으로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꼽힌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은 원자력 발전을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화력 발전에 의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초미세먼지 배출 기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직 숙명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서울시가 잠깐 노후 경유차량 몇 대의 운행을 줄이고, 공공부문 차량 2부제를 한다고 얼마나 먼지가 줄어들지 의문”이라며 “일회적 방안보다는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점 3월까지 미세먼지 기승”

이번 미세먼지는 15일 오전까지 ‘나쁨’ 수준으로 기승을 부리다가 낮부터 북서쪽에서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차차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반짝 추위’ 덕분에 미세먼지 농도도 ‘보통’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추위가 물러나는 17일 이후부터는 다시 공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한 날이 이어지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을 빗대 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가 뒤덮이는 현상을 말하는 ‘삼한사미(三寒四微)’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 센터장은 “보통 1월부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계속 기승을 부리다가 3월에 황사가 오면 정점을 찍는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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