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실거래가 반영률 들쭉날쭉

서울 10개洞 분석해보니…

정부, 공시가격 '깜깜이 산정'…6년간 공개 안해
서울 단독주택 실거래가 반영률 20~99% 큰 차이
같은 값에 팔아도 세금 달라져…조세 형평성 훼손

< 실거래가 반영률 51~76%인 이태원동 일대 > 공시예정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최저 51.5%, 최대 76.3%로 크게 벌어진 서울 이태원동 일대. /한경DB

‘99.6% 대 45.3%.’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A주택과 B주택의 실거래가 반영률이다. A주택은 작년 3월 2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의 올해 공시예정가격은 2억5400만원이다. 공시예정가격이 거의 시세 수준이다. B주택은 작년 8월 5억5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의 올해 공시예정가격은 2억5400만원에 불과하다. 실거래가 반영률이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들쭉날쭉한 실거래가 반영률이 조세 형평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거래가 반영률 들쭉날쭉

한국경제신문은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팀에 의뢰해 쌍문동 연남동 이태원동 방배동 삼성동 등 서울시내 10개 동에서 작년 실거래된 표준단독(다가구)주택을 모두 추려냈다. 이어 매매거래된 20가구의 실거래가를 내년 공시예정가격과 비교했다. 그 결과 평균 실거래가 반영률은 55.5%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거래가 반영률이 주택별로 최소 22%에서 최대 99%로 벌어졌다. 정 교수는 “실거래가 반영률이 천차만별이면 평균 수치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같은 동네에서도 주택에 따라 실거래가 반영률이 제각각이었다. 이태원동에서는 지난해 65억원에 거래된 C주택(대지면적 617㎡) 공시가격이 49억6000만원으로 실거래가 반영률이 76.3%에 육박했다. 그러나 4억5000만원에 거래된 D주택(63㎡) 실거래가 반영률은 51.3%에 그쳤다. 직선거리로 불과 100m 떨어진 연남동 E주택(377.2㎡)과 F주택(132.9㎡)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각각 92.4%와 45.2%로 두 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두 주택의 공시예정가격 상승률도 각각 159.8%와 17.7%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3억원 미만 저가주택도 마찬가지다. 도봉구 쌍문동에선 표준단독주택 155가구 중 6가구가 지난해 실거래됐다. 이들 주택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45~99%로 제각각이었다. 쌍문동 A주택(96.2㎡)과 B주택(162㎡)의 올해 공시예정가격은 각각 2억5400만원과 2억4900만원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실거래 내역을 보면 A주택은 지난해 8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B주택(2억55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비쌌다.

세금은 6배 차이

실거래가 반영률이 제각각이다 보니 비슷한 시세의 주택을 보유해도 부과되는 세금이 천차만별이다. 이태원동 G주택(대지면적 99㎡)은 지난해 7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옆 동네인 한남동에서는 H주택(30㎡)이 같은 해 1월 7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를 계산한 결과 G주택 소유주는 H주택 소유주보다 6배 많은 60만1200원을 올해 보유세로 내야 한다. 실거래가격은 비슷하지만 공시가격이 각각 5억2200만원, 1억7200만원으로 2배 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등 61개 분야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복지 형평성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과세는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국회가 정한 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큰 공시가격 제도로 세금을 산정하면 조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감정원이 신뢰도가 떨어지는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허위 신고, 가족 간 거래 등이 섞여 있어 실거래가를 신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서울 강북의 18년 된 한 단독주택을 보면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다. 2017년 실거래가격은 1억800만원, 같은 해 공시가격은 1억5300만원을 나타냈다.

정부는 최근 6년간 어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정하는지, 실거래가 반영률이 어느 정도인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3년 한국감정원이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 부대업무를 떠안은 이후부터다. 지난해 8월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실거래가 반영률을 공개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나 여당에서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 법안에 대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의 조사·산정·평가 방식과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국민들이 믿고 세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감정원 관계자는 “단독주택은 실거래 내역이 적은 데다 주거·개발 등 구입 용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실제 지표로 쓸 만한 표본은 1% 수준”이라며 “실거래가 반영률 차이를 줄여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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