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통신산업부터 계약이론 전문가까지 총출동

공정위, 16일 2차 전원회의

통신사에 광고·판촉비 전가
공정위 "정보 비대칭성이 문제"
애플 "10년 前부터 지위 동등"

전문가 4人 의견이 변수 될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에 대한 두 번째 전원회의(법원의 재판에 해당)를 연다. 공정위는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아이폰 등 자사 제품 광고비 일부를 전가하는 ‘갑질’을 했다고 보고 있다. 애플 측은 “아이폰을 사전 공급받는 통신사는 안 팔리면 재고를 떠안아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잘 팔리도록 광고비를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두 번째 전원회의에 민간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통신산업 전문가, 광고 전문가뿐 아니라 경제학의 한 분야인 ‘계약이론’ 전문가까지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애플 ‘정보 비대칭성’ 이용?

공정위 두 번째 전원회의에 참석할 네 명의 민간 전문가는 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김주호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다. 정 교수는 통신산업 전문가고 김주호 교수는 한국광고학회장을 지낸 광고 및 브랜드 전문가다. 김도영 교수와 황 연구위원은 국내 계약이론의 대가다. 계약이론이란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이 맺는 다양한 계약에 관한 의사 결정을 분석하는 정보경제학의 한 분야다.

갑질 여부를 다투는 데 계약이론 전문가까지 동원하는 것은 애플의 우월적 지위가 정보 비대칭성에서 나온다고 공정위가 판단해서다. 애플은 통신사와 아이폰 공급계약을 맺으며 광고비로 일정 금액을 받는다. 아이폰 TV광고를 보면 통신사 로고는 광고 끝에 1~2초 정도 잠깐 등장하는 게 전부인데도 아이폰은 충성고객이 많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비를 댈 수밖에 없다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유한회사인 애플코리아(애플의 한국법인)는 아이폰 판매량과 매출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다른 통신사가 애플에 광고비를 얼마 지급하는지 모르니 우리 회사가 내는 돈이 적정한 규모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통신사가 광고비를 분담하는데도 아이폰 광고 제작 및 편성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점도 이들의 불만이다.

애플 “한국만 문제삼아”

애플 측은 “애플의 글로벌 전략인데 이를 문제삼는 건 한국 정부뿐”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통신 3사와 각각 맺은 계약은 사적 계약으로, 이를 제3자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가 아이폰 광고비를 대는 것 자체가 갑질’이란 지적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건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통신사에 판매한다”며 “통신사는 자신들이 떠안은 아이폰이 잘 팔려야 이득이기 때문에 광고비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애플이 국내 통신사와 처음 계약을 맺은 시점(2008년 4월 KT)부터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본다. 애플 측은 “당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1%대에 불과했는데 어떻게 우월적 지위일 수 있느냐”며 “국내 시장은 피처폰이 대세여서 스마트폰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심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정위와 애플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 네 명의 의견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공정위가 다음달 20일께 세 번째 전원회의를 연 뒤 월말께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태훈/이승우 기자 bej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