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과잉·시장 침체 영향…'전문 타이틀'로 활로 모색

1년 만에 취업률 다시 40%대
업계, 형사사건 줄어 수임난
경력 변호사 넘쳐 충원 불필요

이혼 등 전문변호사 등록 50%↑
등록 문턱 완화, 분야도 세분화
"의뢰인들도 선임 때 '전문' 선호"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친 새내기 법조인의 취업률이 또다시 50%를 밑돌았다. 선배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 경쟁에서 한 발짝이라도 앞서기 위해 ‘전문 변호사’ 타이틀을 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 변호사 등록건수는 지난해 50% 이상 급증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해마다 1500여 명씩 쏟아지면서 법조계 취업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연수원 1, 2등 김앤장 취업

14일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올해 수료생 117명 가운데 군입대자를 제외한 112명의 취업률은 47.3%(53명)에 그쳤다. 지난해(50.6%)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8기 수료식은 다소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취업보증수표’와 다름없던 사법연수원 수료증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취업률은 2006년 72.0% 이후 계속 하락해 40%대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절반 이상(50.6%)이 수료식이 끝나기 전에 취업 걱정을 덜었지만 올해는 다시 40%대로 주저앉았다.

법조계에서는 주요 원인을 변호사 수 급증에서 찾았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1500여 명씩 배출되면서 구직 시장에 경력 변호사도 넘쳐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 부진으로 법률자문이나 민사사건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검찰이 ‘적폐 수사’에 집중하는 바람에 일반 형사사건도 많지 않다”며 “연수원 출신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뽑을 유인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료식에서 직장을 구한 53명 가운데는 검사로 임용된 사람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로펌은 15명이었고, 법원 재판연구원(11명)과 국가·공공기관(5명)이 뒤를 이었다. 연수원 1등(김진수·30)과 2등(이제하·31)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했다.

전문 변호사에도 관심 급증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 변호사 등록자는 168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1122명)보다 49.7% 급증했다. 그전까지 증가율은 10~20% 정도였다. 전문 변호사란 형사, 이혼, 보험 등 자신의 전문분야를 대한변협에 등록한 변호사를 뜻한다. 전문 변호사가 되려면 3년 이상의 법조경력과 3년 내 14시간 이상 관련 분야 연수를 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1인당 최대 2건의 전문분야를 등록할 수 있는데 전문분야 등록건수도 지난해 말 2361건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동안 변호사들로부터 심드렁한 대접을 받아왔던 전문 변호사 타이틀 보유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변호사 수 급증’ 때문이다. 김보람 대한변협 대변인은 “요즘 의뢰인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때 해당 사건 ‘전문’인지를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며 “일반 변호사가 워낙 많아진 데다 전문 변호사 기준까지 완화되면서 의뢰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문 변호사 등록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연수원 수료식 축사에서 “한 해 배출되는 법률가 수가 급증함에 따라 법률가들이 설 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며 “이제는 법률가가 매우 특별한 직업이 아니라 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활동해야 하는 보편적 직업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신연수/이인혁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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