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15일 英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조급한 메이, 배수진 치나
노동당 '노딜 예산' 제동 이어…또다시 총리 불신임 투표 예고
4~6표 더 확보하면 합의안 통과…"부결땐 3일내 '플랜B' 내놔야"

표결 이후 시나리오는
'제2 국민투표' 가능성 낮아
브렉시트 시점 미루는 것도 EU 만장일치 필요해 쉽지 않을 듯
'노딜' 우려 커져…막판까지 혼란

오는 3월29일 밤 11시(브뤼셀 시간 30일 0시)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시점이 2개월여 남았다. 하지만 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이후 2년7개월을 끌어온 브렉시트 정국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EU와의 ‘이혼 절차’를 놓고 영국 내 의견이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하원은 테리사 메이(사진) 정부와 EU가 지난해 11월 최종 서명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15일 표결할 예정이다. 결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파 간 의견 차가 줄면서 메이 총리가 추진해온 ‘소프트 브렉시트’로 막판 합의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합의안이 부결돼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거나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메이 총리, 의회 장벽 넘어서나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하원 표결은 한 차례 연기됐었다. 메이 총리가 EU와 맺은 합의안은 여기저기서 비판받고 있다. 합의안은 한마디로 ‘질서 있는 퇴장’을 위한 방안이다. 영국이 EU를 떠날 때 생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등 과도기를 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는 전면적인 EU 탈퇴를 주장한다. 이들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굴욕적 합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브렉시트 반대파는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브렉시트를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 통과 전략도 상처를 입었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선택지는 ‘노딜’과 ‘합의안(메이딜)’ 둘밖에 없다”며 양자택일을 종용해왔다. 막판에 ‘최악(노딜 브렉시트)’을 피하기 위해 ‘차악(메이딜)’을 택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이에 노동당은 지난 8일 다른 야당과 힘을 합쳐 의회 동의 없이 메이 정부가 노딜 준비예산을 못 쓰도록 하는 재정법 수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내친김에 노동당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총리 불신임안 또는 내각 불신임안을 상정하려 하고 있다. 특히 큰 표 차로 메이딜이 부결되면 보수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반(反)메이 전선으로 힘을 합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당은 총 650석인 하원에서 과반(326석)이 안 되는 315석을 차지하고 있다.

브렉시트파 + 노동당 이탈표 ‘투트랙’ 전략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벽을 넘지 못하면 오는 21일까지 새로운 계획인 ‘플랜B’를 들고나와야 한다. 10일 영국 하원에서 찬성 308표, 반대 297표로 통과된 결의안에 따른 절차다. 결의안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 정부가 의회 개회일을 기준으로 사흘 안에 플랜B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를 끌어안으면서 노동당 이탈표를 모으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정부가 노동당 의원들이 발의한 노동 및 환경보호 강화 법안을 지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이탈표를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메이 총리는 일부 이탈표만 가져오면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딜 재정 사용 금지법안(찬성 303명, 반대 296명), 플랜B 요구 결의안(찬성 308명, 반대 297명)에 대한 하원 표결에서 예상보다 근소한 차로 패했기 때문이다. 반메이파의 수적 우세가 대단하지 않은 만큼 메이 총리가 4~6표만 끌어들이면 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단 메이 총리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국경 처리 방안만 해결하면 보수당 의원 중 반대파 일부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합의문에 브렉시트 전환 기간인 2020년 말까지 일시적으로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백스톱(안전장치) 규정을 넣었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하드보더(엄격한 국경 통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조항이다.

하지만 EU 동의 없이 영국 스스로 백스톱을 끝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파는 “EU 관세동맹에 영원히 묶일지 모른다”고 반발했다.

브렉시트 연기론과 노딜 우려도 여전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제2국민투표 또는 조기총선을 시행하기 위해 브렉시트 시작 시점을 늦추거나 브렉시트를 아예 철회하는 경우의 수다.

다만 브렉시트 철회는 메이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을 준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를 EU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지만 이는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 국민투표의 뜻을 뒤집는 것이어서다. 브렉시트 철회 결정은 의회, 노동당이 아니라 메이 정부만 할 수 있다. 그런 부담을 브렉시트에 찬성해온 메이 총리와 보수당이 질 확률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려면 영국을 뺀 EU 27개 회원국이 모두 승인해야 한다. 다만 5월 있을 차기 EU 의회 선거 때까지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그때까지 연기한다고 뾰족한 수가 있지는 않다.

결국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의회가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 노딜 브렉시트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영국이 즉각적으로 EU를 떠나면서 무역 통관, 항공 운항, 금융거래 등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 BBC방송은 “영국 의회는 노딜에 반대한다는 것만 보여주지 말고 대안이 있고 과반수가 그 대안을 지지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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