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16)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당초 예정보다 하루를 더했고 협상 첫날엔 차관급 회의에 중국 류허 부총리가 방문한 것이 알려져 결과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하지만 아쉽게도 협상 이후 나온 양국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알맹이’가 영 빠진 느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소 강성 발언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 측 물건을 조금 더 사고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겠다고 약속한 것만으로도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단순히 달러 몇 푼을 더 남겨 먹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그마저도 미국이 중국에 언제까지 얼마어치를 구매한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요구했다는 것으로 미뤄 볼 때 중국이 미국 물건을 더 사준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가 안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무엇이 잘못됐을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단적으로 외신들이 지난 7일 회의에 류 부총리가 방문한 사진을 실어놓고 미국의 ‘빅 히터’, 즉 주요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중국이 얼마나 회담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언급한 점을 생각해보자.

류 부총리가 만날 만한 급의 사람들이 이번에 베이징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모여서 서로의 상관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었지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약속할 만한 권한을 가진 관료들의 만남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웠던 차관급 협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달 말 다보스포럼이 끝나고 나면 류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차관급 회담으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면 1월 말이나 2월 초 고위급 회담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 그 전에 앞으로 있을 다양한 접촉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고위급 회담을 통해 세부사항을 만들어 가는 그림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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