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김우중과의 대화' 중국어판 출간

"경제 나빠진 원인 설명 못해
믿고 기다린다고 좋아지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좋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왜 안 좋은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믿고 기다리면 무엇 때문에 좋아질 것인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11일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중국어판 출간 간담회에서 “경제학자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공허하게 들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가 나빠진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인내하면 앞으로 무슨 이유로 더 나아질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는 생산과 분배가 같이 가야 하는데 생산활동은 계속 부진하고 분배도 악화했다”며 “한국의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싱가포르 경제 전문가들은 사회주의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학점을 줄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F학점을 줬다.

그는 “통상전쟁에 이은 미·중의 패권 다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한국은 이 상황이 장기화한다는 전제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지뢰밭과 같아 조금만 허점을 보이면 약한 고리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며 “한국은 경제 규모가 별로 크지 않고 대외 개방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금융위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교수는 중국어판을 출간한 배경에 대해 “중국 젊은이들에게도 대우그룹이 어떻게 급속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왜 지금은 해체됐는지 설명하고 싶었다”며 “올해 중국어판 외에 영어판도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의 해체가 과거 정부의 잘못된 경제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판단이 글로벌 기업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관련해선 대우의 글로벌 경영 전략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 진출은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며 “대우가 했던 것처럼 기업이 먼저 뛰어들어 세밀하게 파고든 뒤 정부와 같이 가는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현지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거둔 이익의 절반을 다시 현지에 투자했던 대우의 50 대 50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근황도 전했다. 신 교수는 “해외에 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며 “아주 친한 지인들과 짧은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의사소통이 과거처럼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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