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NEW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NEW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차 한 대가 섰다. 한 남자가 자신의 반려견을 내려놓는다. ‘양몰이’ 개로 알려진 보더콜리로, 이름은 뭉치다. 남자는 늘 함께 놀았던 대로 테니스공을 멀리 던졌고, 뭉치는 행복한 표정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공을 입에 물고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먹던 사료 한 포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유기견 무리가 뭉치에게 다가와 자신들처럼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뭉치는 믿지 않았다. 사람과 한집에 살았고, 조금 전까지도 자신을 예뻐해 줬다. 그럴 리가 없었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개가 버려지는 것을 목격하고서야 현실을 인정했다.

하루아침에 버려진 개가 된 뭉치는 유기견 무리와 함께 생활하게 됐다. 천사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시선도 이전과는 달랐다. 끼니를 위해 위해 사람에게 구걸을 해야 했고, 어떤 날은 물벼락도 맞았다. 끊임없이 유기견을 노리는 ‘강아지 공장’ 주인이자 사냥꾼을 피해 도망 다녀야 했다.

뭉치는 우연히 ‘밤이’라는 들개 무리를 만난다. 험하디 험한 산에서 거침없이 멧돼지를 사냥하려고 달리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보더콜리는 애초 넓은 들판에서 생활해야 하는 견종이다. 그런 뭉치가 밤이 무리를 만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언더독’ 스틸컷/ 사진제공=NEW

‘언더독’ 스틸컷/ 사진제공=NEW

‘언더독’은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처럼 흥미진진하다. 유기견 무리와의 호흡은 재미있고, 밤이 무리와의 호흡은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여기에 악랄한 사냥꾼이 등장할 때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까지 더해진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오성윤, 이춘백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오 감독이 SBS TV ‘동물농장’에서 철망 안에 갇힌 시츄를 보고 난 후, 유기견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게 되면서 기획했다.

‘충무로의 샛별’로 떠오른 배우 도경수와 박소담을 비롯해 박철민, 이준혁 등 베테랑 배우들이 목소리를 연기해 듣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성우들이 영상을 보고 목소리를 입히는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먼저 하고 그에 맞게 그림을 그려 넣는 ‘선(先) 녹음, 후(後) 작화’ 방식을 택한 점도 주목된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건 물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높아져 생동감이 한층 커졌다.

도경수와 박소담은 더빙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매력적인 목소리 톤으로 감정 몰입을 돕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달수에 이어 ‘언더독’에서 베테랑 고참 짱아의 목소리를 연기한 박철민의 구수한 사투리와 찰진 대사는 시종 웃음을 유발한다.

우리나라의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미장센도 볼거리다. 여기에 뭉치, 밤이, 짱아는 물론 여러 견종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스틸/ 사진제공=NEW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스틸/ 사진제공=NEW

버려진 개들,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사람이라는 존재가 두려운 개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 좋은 개도 있다. ‘언더독’에 등장하는 개들은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두려움을 뚫고 나아간다. 그러는 사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웃음도 있고 위기도 있다. 개들이 바라보는 세상이지만 공감대가 형성된다. 진취적인 삶은 비단 개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야 할 이들은 어린이뿐만이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오성윤 감독의 말을 빌면 ‘언더독’은 어른도 볼 수 있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다.

오는 16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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