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4차 정상회담 결산

習 "한반도 평화 진전 과정에 중국이 적극적 지분 행사할 것"
평양 답방 화답…연대 과시

北도 중국 지렛대로 협상력 강화

전문가 "北·中의 사전조율이 트럼프 수용범위에 있는지 관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함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7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제2차 미·북 정상회담 등에 대해 논의했다. /신화연합뉴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보낸 ‘화려하고 웅장한 이틀(8, 9일)’을 소개하는 데 1만여 자의 글자를 할애했다. 총 6개 면 중 5개 면에 ‘최고 존엄’의 올해 첫 방중을 48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도 다르지 않았다. CCTV는 이날 오전 11분 동안 영상과 함께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머리기사로 전했다.

새해 벽두에 단행된 4차 북·중 정상회담은 향후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변화무쌍한 길을 걸을 것임을 예고한 ‘이벤트’였다. 전문가들은 10일 미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며, 밀월을 이어가던 두 나라가 이번 회담을 통해 서로의 친밀도를 ‘커밍아웃’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한반도 평화의 진전 과정에 중국이 적극적인 ‘지분’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회담을 결산하며 “중국은 북한 및 유관국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 항구적인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양국관계의 ‘새로운 도약’과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정권의 사활이 걸린 미·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경제성장과 민생 해결 목표의 실행 등 국정 운영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후원에 더욱 기대려는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북·중 정상이 그동안 설(說)로만 나왔던 시 주석의 집권 이후 첫 공식 방북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이 공식 초청했고, 시 주석은 그에 대한 계획까지 통보하며 화답한 것이다. 시 주석의 방북은 지난해 ‘9·19 평양선언’ 직후에도 추진됐다.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중 정상이 합의한 ‘중국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중국은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등에서 아주 많은 역할을 해줬다”며 “김 위원장의 방중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건설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에 평화와 대화의 대세가 이미 형성됐다”고 말했다.

비판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북한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해 강한 공감의 뜻을 표했다. 시 주석이 “조선(북한) 측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 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했다”고 했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일부 제재완화의 맞교환이라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북한이 중국을 지렛대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관영매체는 중국을 “믿음직한 후방”, “견결한 동지이자 벗”으로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북·중의 사전 조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주장하는 지역 안정엔 주한미군 및 유엔사 존치 문제와 괌, 오키나와에 있는 미국 핵우산 철거 이슈가 결부될 수밖에 없다”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당장 이런 문제들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상황 진전에 따라 언제든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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