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기로 함에 따라 벌써부터 파장이 만만찮다. 고가가 아닌 경우에도 최대 3배 이상 오르는 도시지역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 ‘세금폭탄’에는 집 한 채뿐인 은퇴 고령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시적 조세저항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보유세 중과에 따른 저항 심리는 각오했다”고 할지 모른다. 집값을 잡겠다고 수차례 밝혔고, 복지예산 돈줄도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밀어붙인다고 볼 상황이다. 하지만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은 단순히 세금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와 기초연금 대상을 결정하는 것도 공시가격에 연동된다.

공시가격은 정부의 유일한 공적 부동산 기준 자료다. 과세, 연금·복지, 부담금 산정 등 60여 개 개별 행정에 쓰인다. 이런 행정 인프라를 흔들어놓고 뒤늦게 ‘기초연금 탈락자는 구제하겠다’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겠다’며 납세자들 불만 달래기에 나섰다. 정치(精緻)하지 못한 행정이다.

‘일단 저지르고 허겁지겁 땜질하는 정책’은 이뿐 아니다. 급등한 최저임금이 대표적이다. 이태째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막겠다며 동원한 예산이 얼마인가. 영세·중소업체를 지원한다며 실효성이 의심되는 지원책도 남발했다. 탈(脫)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원자력 연구생태계 붕괴, 태양광 쏠림에 따른 환경 훼손, 수출 좌초 등 파장이 전방위로 커져가고 있다. ‘탈원전 영향이 어디에까지 미칠 것으로 내다봤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시장가격’ 반영률도 높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과속 인상하고 있다. 모두 헌법상 조세법률주의를 벗어난 편법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헌법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취지와 달리 ‘법률 사항’을 시행령 등 하위 법규에 담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다. ‘눈앞의 일’만 보며 땜질 정책을 남발하는 정부는 무능·무책임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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