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로벌 증시 뒤흔든 '애플 실적 쇼크'
단순한 中 경기 탓 아닌 미·중 체제경쟁 상흔
개인·자유·경쟁 좇으며 장기적 國益 챙겨야

조동근 < 명지대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지난 3일 애플이 2019 회계연도 1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 890억~930억달러에서 840억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과 대만, 홍콩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도 2000선이 무너졌다.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원화가치가 하락했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가치가 급등했다.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키면서 애플 등 자국 글로벌 기업들에 오히려 타격을 줬다고 논평했다.

외견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역조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대중(對中) 압박을 정치적·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술로 해석했다. 따라서 중국으로부터 일정 부분 양보를 얻어내면 사태는 수습될 것으로 봤다. 작년 12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90일간 관세전쟁 휴전 합의를 그 수순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무역불균형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역분쟁 이면에 가려진 숙명적 ‘패권전쟁’을 읽어야 한다. 세계 정치에서 미국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문제의 본질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국가가 기존 패권 국가의 지위를 위협할 때 벌어지는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신흥세력인 아테네와 지배세력인 스파르타의 전쟁 과정을 다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저자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그것이다.

시진핑은 총량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을 발판 삼아 미국과 대등한 패권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은 2017년 중국공산당 제19차 당 대회에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장(黨章)에 등록하고 그 후 헌법서문에 올렸다. 서방세계를 배우기보다는 ‘중국의 길’을 가겠다는 언명이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첨단산업에서만큼은 ‘미국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은 중국의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실천 계획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미국과 패권을 겨루는 실질세력으로 간주하고 중국 견제를 미국 대외정책의 제1순위로 놓을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견제를 늦추면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저변에 깔린 것이다. 미국의 선택지는 명시적일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의 지도력을 넘볼 수 없도록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첨단기술을 불법으로 탈취하고 미국 기업들에 시장 제공의 대가로 기술 이전을 강요하며, 국유기업을 앞세워 불공정 무역을 통해 이익을 편취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과실만 취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대일로’도 약소국의 인프라 지원을 명분으로 차관을 제공한 뒤 이를 지렛대로 약소국으로부터 이권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력에 걸맞은 국격을 갖추라는 얘기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기존세력 미국판과 신흥세력 중국판이 충돌하는 지진대에 놓여 있다. 중국은 시진핑 등장 이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골화했다. 중국은 겉으론 북핵에 반대하지만 내심으론 북한의 존재를 미국과의 대결에서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북핵은 미·북 간 문제로 중국은 책임이 없다”는 논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전쟁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G1(유일한 강대국)’에 대한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진행될 것이다. 인간의 삶을 고양시키는 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체제가 승리할 것이다. 집단·평등·통제가 아니라 개인·자유·경쟁을 지향하는 체제가 승리할 것이다.

애플의 실적 부진을 ‘차이나 리스크’로 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면 중국에의 의존도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처지에서도 스스로를 서방세계의 소비시장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차이나 리스크란 용어 자체가 중국을 폄훼하는 상업논리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무역전쟁에 가려진 체제 경쟁의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

dkch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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