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경제소통’을 표방하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2일 4대 그룹 총수를 비롯, 40여 명의 경제계 인사와 신년회를 가진 데 이어 3일에는 벤처 창업 요람에 들러 벤처기업가들의 혁신창업을 격려했다. 7일에는 중소기업과 벤처·소상공인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이달 중순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1월 내내 경제인들을 만날 것이라는 소식은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런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쇼’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에도 기업인들과의 스킨십 행사를 다양하게 가졌다.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고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 규제혁신 토론회, 청년일자리 점검회의 등으로 1월 달력을 꽉 채웠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현장 목소리가 얼마나 전달돼 정책에 반영됐는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소상공인과 기업들의 호소에도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됐고 근로시간 단축도 그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탄력근로 기간 확대는 기약이 없고 ‘기업 억압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법 개정안도 대통령의 단호한 지휘 아래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 “취임 후 두 번째로 맞는 대통령 신년 일정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른 대목을 놓고 토론을 벌이거나 수용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는 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종종 공개한다. 대부분이 이벤트와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는 탁현민 행정관의 작품이라고 한다. 한 기업인은 “이 정부는 화장만 잘하고 결단은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벤트에만 뛰어날 뿐, 좌파 정책기조를 시장현실에 맞게 바꾼 건 없다는 얘기다. 새해에는 기업인들의 이런 하소연에 귀 기울여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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