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내놓은 신년사를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과 절박감이 느껴진다. ‘위기, 변화, 생존’ 같은 단어들이 유독 자주 등장했다. “절박감으로 임해야 한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절체절명의 상황”(조현준 효성 회장)과 같은 비장한 표현까지 쏟아졌다. 기업들이 마치 전장에 나가는 심정으로 새해를 맞고 있는 이유는 올해 기업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살얼음판이어서다.

나라 밖으로는 미국의 성장이 주춤해지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성장률 하락까지 겹쳐 수요 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지난해 12월 우리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잠시 휴전에 들어간 미·중 무역전쟁 향방에 따라 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나라 안 사정 역시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가 말로는 ‘혁신 성장’ ‘규제 혁신’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산업 현장에선 비명소리가 나오는데도 정부는 정책 기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제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업들 발목에 ‘모래주머니’는 그대로 채워놓은 상태에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폐업이 늘고 공단의 불이 꺼지고 있지만, 세금 퍼붓기와 보조금 뿌리기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업을 옥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산업계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 역시 문제다.

기업들의 신년사에는 절박감이 절절하지만 정부의 태도에서는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까지 했다. 경제는 잘 돌아가는데 ‘왜곡 보도’가 문제라는 식이다. 대통령의 인식이 이러니 청와대나 여당, 정부 관계자들이 위기감이나 절박감을 갖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냄비 속 개구리가 이미 중화상을 입었는데도 정부는 물이 끓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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