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배우 등장시켜 흥행 일군 뮤지컬
韓流도 부가가치 극대화 방법 찾아야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

뮤지컬은 작품마다 관람석 ‘명당’이 다르다. 다양한 볼거리와 독특한 연출이 공연을 즐기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을 볼 때는 1층 가운데 앞줄이 좋다. 유령이 천장에서 흔들어대는 샹들리에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마틸다’는 가운데 조금 뒤쪽 자리가 좋다. 알파벳이 별처럼 수놓인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2막 첫 장면인 그네 장면에서도 입체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위치다.

객석 통로쪽 자리를 추천하고픈 공연도 있다. 올겨울 내한공연이 올려지는 ‘라이언 킹’이다. 노래 ‘서클 오브 라이프’ 때문이다. 코끼리에서 기린, 코뿔소, 그리고 형형색색의 열대조류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동식물 인형이 그 통로를 통해 무대로 모여든다.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지금까지 인류역사상 입장권이 가장 많이 팔린 문화 콘텐츠는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이다. 디즈니가 만화로 만든 원작을 가져다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라이언 킹’의 지금까지 매출은 8조5000억원에 달해 그 어떤 콘텐츠보다 앞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기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년 벽두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올해 공연은 인터내셔널 투어팀으로 꾸려져 외국 배우와 스태프가 내한해 무대를 꾸미는 ‘오리지널’ 공연이다. 한국에서 벌어갈 금액까지 감안하면 그 끝을 상상하기 어렵다.

‘라이언 킹’은 백인 위주인 서구 공연계에 흑인 배우를 대거 등장시켜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뤄낸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색인종은 단역이나 조연으로만 등장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음악과 정서, 리듬과 문화를 적극 빌려와 이국적인 정취를 즐기게 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 덕분에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에는 남아공 출신 흑인 배우가 대거 참여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뉴욕타임스는 ‘라이언 킹’이 어떻게 남아공을 바꿔놓았는가에 대한 특집기사를 기획취재하기도 했다.

대구를 거쳐 서울과 부산으로 이어지는 이번 내한공연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엘튼 존과 레보 M이 만들어낸 뮤지컬의 음악들은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생동감 넘친다. 악기나 발성, 소리, 심지어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그렇다. 극중 사회자 역할을 하는 라피키는 아프리카어로 ‘친구’라는 의미이며, 주인공 이름인 심바는 ‘사자’라는 뜻이다. 대표곡 중 하나인 ‘하쿠나 마타타’도 원래는 스와힐리어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알고 봐야 더 즐길 수 있는 이 뮤지컬의 묘미다.

영미권 공연가의 디즈니 뮤지컬 공연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극장에 들어서는 입구는 길가에 있지만, 출구는 대개 디즈니숍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공연을 찾았다면, 웬만해선 기념품 하나 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문화가 돈이 되고 산업이 되며 미래를 여는 문이라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느끼게 한다.

이곳저곳에서 한류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한류의 부가가치 극대화에 둔감한 우리가 아닐까. 올겨울 ‘라이언 킹’을 꼭 봐야 하는 이유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