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 수출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국토면적 세계 107위, 인구 27위임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세계 6위를 수성했다”고 자평했다. 수출 증가율 5.5%는 세계 교역 증가율(약 4%)에 비해 양호한 수치라는 점도 내세웠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우려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수출증가율이 전년(15.8%)에 비해 3분의 1 가까이 고꾸라진 데다 갈수록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주력 업종의 부진 탓이다. 전체 수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도 27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가뜩이나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진 마당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마저 꺾인다면 여간 큰일이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조짐, 우리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대외여건도 불안하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 들어갔지만, 양국 간 무역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된다면 한국의 수출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중 수출 중 중간재가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중국의 대미 가공무역이 줄어들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 수출산업들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데다 신흥국 금융불안도 악재로 잠복해 있다.

위기는 닥쳤는데 ‘혁신 성장’ ‘규제 혁신’은 별다른 진전 없이 구호만 요란하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부가 수출투자활력 촉진단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에 앞서 근로시간 단축 족쇄부터 푸는 것이 순서다. 정부는 ‘수출 6000억달러 돌파’ 속에 가려진 위험 요인들을 직시하고, 미래 먹거리를 키우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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