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로 장신구 만드는 김효정 왠지 대표

쌀 소비되지 않는다는 뉴스 보고 쌀 주얼리 구체적으로 구상
黃·靑·白·赤·黑 등 오방색 구현
세부 디자인은 고객의견 반영

귀걸이 기준 하루 20개 제작
"한국의 아름다움 널리 알리고파"
부산에 공방…최근 인사동 진출

주얼리의 재료는 대부분 희소가치를 지닌 광물이다. 금,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의 보석은 하나같이 화려한 빛깔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변질되지 않는 것이 공통점이다. 주얼리 벤처기업 왠지(WhenZ) 대표인 김효정 작가(사진)가 제작하는 장신구도 화려하게 장식된 점에서 다른 장신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재료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까만색 원석 대신 흑미를, 노란색 금 대신 귀리를, 투명한 다이아몬드 대신 고시히카리 품종의 쌀을 썼다. 창의적인 쌀 가공품을 만들어내는 청년 창업인 발굴 프로젝트인 ‘12월의 미(米)스코리아’(주최 농림축산식품부)로 뽑힌 김 대표의 부산 영주동 공방을 찾아 ‘쌀작가’가 된 사연을 들어봤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주식인 쌀이 소비되지 않는다는 뉴스를 듣고 쌀로 반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죠. 그게 출발점이었습니다.”

쌀 주얼리 작업은 쌀 한 톨 한 톨에 어울리는 색을 찾아 입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디자인에 따라 어울리는 색의 쌀을 층층이 배열하고, 쌓아올린 쌀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고정하면 하나의 주얼리가 완성된다. 김 대표는 “황(黃)·청(靑)·백(白)·적(赤)·흑(黑)색 등 한국의 오방색을 주얼리로 구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며 “세부 디자인은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한다”고 말했다. 제품 이름도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단미, 온새미로, 한울, 그린나래…. 그중 가장 인기를 끄는 제품은 오방색이 골고루 들어간 단미로, 6만2000원짜리 반지와 목걸이가 많이 팔린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하루에 제작할 수 있는 장신구는 귀걸이를 기준으로 20개 정도. 2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해선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초창기에는 노하우가 없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작업해도 귀걸이 10개도 못 만들었어요. 눈은 실핏줄이 터져 충혈되고 목에 담이 오는 일도 다반사였죠.”

그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주로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곳은 벼룩시장 등이다. “부산시가 주최한 창업자 워크숍에서 우수 창업자로 선정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단골이 슬슬 생기고 있습니다. 농민 중에선 쌀을 보내주겠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서울 인사동의 매장에도 입점하게 됐죠.”

부산 토박이인 그는 원래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한 뒤에는 중견 해운회사에서 일했다. “전공과는 큰 관련이 없는 세관 업무를 했지만 빨리 취업해 경제적으로 독립하겠다는 목표에 맞는 일이었죠. 5년간 그곳에서 일했습니다. 늘 비슷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칠 무렵,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김 대표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여행하면서 새삼 느낀 건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문화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문화도 있지만 숨어 있는 것도 있었죠.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도 그때 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에서 반 고흐를 테마로 한 미술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을 전환점으로 여긴다고 했다. “20대 한국인 가이드가 인상적이었어요. 고흐가 좋아서 프랑스에서 가이드 일을 시작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나도 원하는 게 있으면 저질러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한국에 돌아와 두 번째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26세에 신라대 미술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그림 붓을 잡고 작업을 시작하면 만족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고집쟁이였죠. 이런 성격이 아니었으면 쌀공예를 금방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쌀장신구를 제작하기 시작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쌀귀걸이를 만든다고 쌀 소비가 늘어나겠느냐’였다. 실제 장신구 제작에 많은 쌀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반지에는 한 톨 들어가고, 귀걸이에는 종류에 따라 10~15개의 낟알이 사용된다. 하루 판매량은 10개 내외다. 하지만 그는 “갈수록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쌀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목표도 쌀장신구에 국한돼 있지 않다. 그는 쌀을 테마로 한 문화 공간을 여는 꿈을 품고 있다. “해외에 가서 커피 원두를 체험하듯 다양한 우리 쌀을 소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FARM 강진규 기자/부산=박현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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