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

가수 싸이. 한경DB

지난 2012년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는 각종 공연 및 행사 등으로 바쁨에도 재테크에 열심이다.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 강남구 신사동 건물 매입에 이어서 최근에는 서대문구 창천동 소재 건물을 매입하며 거침없는 부동산 투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앞선 강남구 신사동 투자와 이번 서대문구 창천동의 투자는 확연히 다르다. 싸이는 지난해 3월 강남 을지병원 사거리 이면의 12m 도로(논현로 151길)를 접한 대지면적 246.70㎡(74.63평), 연면적 638.51㎡(193.15평)의 지하1층~지상5층 규모 건물을 50억원(3.3㎡당 6700만원)에 매입했다. 과거 한의원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빌딩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리모델링을 예상했다. 기존 건물이 2001년 준공된 건물로 상태가 양호했고 관리도 비교적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이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건물을 철거했다.

싸이가 상태가 괜찮았던 건물을 철거한 이유는 올해 밝혀졌다. 약 10개월이 지난 올해 3월, 앞서 매입한 건물을 등지고 있는 4m 도로를 접한 대지면적 412.30㎡(43.05평), 연면적 216.68㎡(65.54평)의 다가구 주택을 26억7500만원(3.3㎡당 6214만원)에 매입했다. 앞선 건물의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뒤쪽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하면서 비로소 투자의 최종 목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달 모두 철거된 현장. 원빌딩 제공

최종 목적은 앞과 뒤를 합쳐 한 건물로 신축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매입했던 금액이다. 앞 필지는 시세보다 싸게 매입했고 뒤 필지는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 12m 도로를 접한 앞 필지의 인근 시세는 매입 당시 대지 3.3㎡당 7500만원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4m 도로를 접한 뒤 필지의 인근 시세는 매입 당시 대지 3.3㎡당 4500만원 정도였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4m 도로의 뒤 필지 건물을 다소 비싼 금액으로 매입했지만 함께 신축해 양면 도로의 건물로 탈바꿈시켰다. 12m 도로를 접한 땅으로 바꾸어 건물 접근성을 높이고 가치 상승의 효과도 보게 되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건물의 앞 필지와 뒤 필지의 높이 차이로 인해 건축물대장상의 지하1층이 일반적인 건물의 1층처럼 지상에 노출이 되어 신축 시에 임대료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반 상승된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싸이는 10개월 간격으로 앞 뒤 필지를 합친 대지면적 389㎡ 를 총 76억7500만원(3.3㎡당 6520만원)에 매입했다. 이 토지가 위치해 있는 논현로 151길의 시세는 주변 매매사례를 비추어 보아 3.3㎡당 8000만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현재 가치는 95억원 이상으로 보여진다. 싸이는 신축을 목적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토지의 가치로만 1년사이 약 2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되었다. 신축을 할 경우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싸이의 건물. 원빌딩 제공

싸이는 이번에는 신촌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난달 20일 서대문구 창천동 소재 대지면적 171.90㎡(52평), 연면적 1066㎡(322.56평), 지하1층~지상6층 일반상업지의 건물을 14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은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인접하고 왕복 8차로 대로변의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마주한 코너 건물이다. 백화점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 일대를 통틀어 가장 번화한 곳이자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란 의미다. 그런 백화점과 마주하고 있다면 이 건물도 최고의 입지에 위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건물 건폐율은 88.41%다. 일반상업지 법정 건폐율인 60%보다 28.41%(약 14평) 높다. 다시 말해 52평의 토지이지만 66평의 토지에 건물을 지은 것과 같은 셈이다. 일반상업지이기 때문에 일반주거지역의 토지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또한 대형 리테일 매장, 프랜차이즈, 치과 및 피부과 등이 입점해 있어 임차 구성도 매우 훌륭하다. 이런 탄탄한 업종의 임차는 건물주라면 누구나 선호한다. 번화가의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어 연체의 위험도 적다.

주목할 점은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실제 투자한 돈은 약 41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 80억원의 대출을 이용했고 기존의 보증금도 많았다. 신촌 번화가 대로변 일반상업지 건물을 매입하는데 투입 비용이 41억원이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연 수익률이 5.5% 육박하고 레버리지 효과를 적용하면 8%가 넘는 고수익 건물이다. 전형적으로 임대수익에 초점을 맞춘 투자다.

강남구 신사동과 이번에 매입한 창천동의 투자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신사동은 처음부터 신축을 계획한 투자로 이미 1년새 20억원의 차익이 난 자본수익이 높은 투자였다. 창천동은 연 수익률 5% 이상의 높은 임대료 수익이 기대되는 안정적인 투자였다.

신사동은 건물은 공사기간 동안의 공백을 고려해 대출비중을 최소화했다. 반면 창천동은 대출과 기존 보증금을 이용한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이미 임차구성이 훌륭하고 수익성도 확보된 완성형 건물이어서다. 건물투자에서 자본수익과 임대수익을 모두 최대한으로 활용할 줄 아는 싸이의 시선은 또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이우람 원빌딩중개법인 팀장
정리=집코노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