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리즘
지난 3년간 갭투자 강사로 활동한 부동산 투자 강사 A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큰 손실을 본 수강생들이 손실 금액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어서다.

A씨는 다른 강사들처럼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뿐 아니라 컨설팅까지 했다. 1인당 300만~8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갭투자를 대행해줬다. 소규모 그룹을 지어 아파트 투어를 다니면서 아파트 쇼핑을 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낼 만큼 투자 의지가 강한 수강생들이다 보니 공격적으로 아파트를 사들였다. 그렇게 A씨가 추천한 지역의 아파트 700~800가구가 수강생들에게 넘어갔다. A씨도 개인적으로 50가구 정도를 투자했다. 수강생들도 A씨가 직접 투자한 만큼 진정성 있는 추천으로 여겼다.

주로 사들인 집은 경기 안산 평택 안양 지역 아파트다. 가구당 5000만원 안팎의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했던 데다 집값이 서울이나 다른 수도권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상태여서 오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이 급상승한 데 비해 안산과 평택은 급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안산 아파트값은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8.16% 떨어졌다. 평택은 같은 기간 7.83% 하락했다. 전셋값은 더 많이 떨어졌다. 안산은 1년도 되지 않아 15.09%, 평택은 11.72%나 급락했다.

올가을부터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하자 수강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A씨를 믿고 투자했는데 수익은커녕 원금 회복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갭투자로 아파트를 구매한 지 2년이 지나 세입자를 다시 구해야 하는 수강생들은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전셋값 하락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새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서다. 그나마 세입자를 구하면 다행이다. 장기 공실로 고생하는 이도 있다. 손실을 본 수강생들은 고가의 컨설팅 비용과 떨어진 집값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지 않으면 민형사상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밤잠을 못 이루던 그는 최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했다. 자신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다. 민형사상 책임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계속되는 항의에 도망을 다니고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3년 안에 이 아파트가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책임진다’는 식의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수강생들이 강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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